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일(현지시각)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태호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대사가 제68차 UNCTAD 무역개발이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이 기구의 회원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기는 1964년 기구가 만들어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교부는 4일 “2일(현지시각) 개최된 제68차 유엔무역개별회의 무역개발이사회 폐막 세션에서 우리나라가 ‘그룹 에이(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비(B)’(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세계 10위 경제규모, 피포지(P4G·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과 현실에 부합하는 역할 활대를 위해 선진국 그룹 변경을 추진해 이번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이번 선진국 그룹 진출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서 한국의 선진국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확인하고 한국이 두 그룹 사이의 가교 역할이 가능한 성공 사례임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1964년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국제무역 참여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로 회원국을 그룹 에이(99개), 그룹 비(31개), 그룹 시(C)(33개·중남미), 그룹 디(D)(25개·러시아-동구권) 등으로 분류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지위 변경에 대해 주제네바 파키스탄 대표부 대사는 개도국 그룹 중 아시아·태평양 그룹을 대표해 “한국이 여러 그룹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유럽연합(EU)도 한국의 선진국 그룹 포함을 축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이사회에 한국의 수석대표로 참여한 이태호 주 제네바 대사는 “우리나라는 무역은 경제발전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명시한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문서의 비전을 몸소 보여주는 성공적 사례”라며 “한국이 선진국 그룹 이동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지위 변경이 유엔무역개발회의 내 한국의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 전망이다. 이 기구 내 실질 협상은 그동안 77개 개도국 그룹(G77)+중국, 유럽연합, 유럽연합을 제외한 기타 선진국 그룹(JUSSCANNZ),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 가입 당시엔 G77에 속했지만 1996년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 여기서 탈퇴했고, 현재는 미국·일본·스위스·캐나다·터키 등이 포함된 JUSSCANNZ에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위 변경은 세계 무대에서 주요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적인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실제 대외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선 2019년 10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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