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협의체로 운영했던 ‘워킹그룹’의 종료 절차를 밟는 데는 ‘워킹그룹이 남북 협력을 통제했다’는 비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워킹그룹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의 틀에 대해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한국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남북 접근이 가능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양측이 합의해 종료하기로 된 것”이라며 “워킹그룹이 사라졌다고 이것(한-미 조율)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워킹그룹은 곧 제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의제를 넓혀 포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일단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중심으로 가칭 ‘한-미 국장급 정책대화’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새 협의체의 명칭을 비롯해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의제는 추가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외교부 쪽은 미 국무부, 재무부, 백악관 등이 참여해 ‘원스톱’ 논의가 가능했던 워킹그룹의 이점은 이후 협의체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워킹그룹이라는 이름의 틀은 종료하되, 대북 제재 관련 협의에 치우쳤던 의제를 대북 관여까지 확대하는 구조로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킹그룹에 대해서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친미 사대의 올가미”라고 비판한 바 있어 북이 이번 조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지난 19일 방한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최영준 통일부 차관을 만나 직접 남북 협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이 그동안 국무부-외교부 중심의 대북 논의 중심추가 국무부-통일부로 일부 분산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남북관계) 주무 부서와도 협의를 강화한다는 차원이지, (통일부와 관련 협의) 업무와 기능을 나누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상시 체계로 만들어져 첫 회의에서 유엔군 사령부의 불허로 수개월 지연됐던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북쪽 구간 공동점검 사업에 대한 미국 쪽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쪽은 ‘사전 협의 부족’ 등의 이유로 금강산 행사에 동행한 취재진의 노트북 반출을 막거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어 지원 사업이 무산되는 결과를 부르기도 했다. 이후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미국이 ‘제재 유지’ 방침을 고수하자, 여권을 중심으로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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