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배포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보도자료가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여과 없이 담은데다 ‘별첨문서’는 피해자가 숨진 장소와 방법, 피해자와 그 남편의 개인정보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를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공군도, 이를 언론에 제공한 정치인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채익 의원은 2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군 보고 결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이 의원은 공군이 해당 사건을 처리한 과정을 시간 순서로 공개하고, 수사에서 집중해 들여다볼 지점을 짚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동의 없이 자세한 피해 사실과 개인정보까지 공개했다는 점이다. 가해자의 행위(사건 정황, 신체 부위)가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됐고 별도 첨부한 ‘사건관련 보고 문건’에는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장소와 방식, 임관 일시와 소속 부대, 직무 등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또한 유가족인 남편의 출신 학교, 임관 일시, 직무 등도 공개됐다.
이채익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해자가 범행 당시 만취 상태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피해사실을 자세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며 “배포 전 유가족에게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차 피해를 막아야 할 주체인 공군이 불필요한 정보까지 제공한 점 역시 군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무분별한 정보 제출로 피해자가 특정되면 사건과 무관한 과거 이력 등이 가짜뉴스 형식으로 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자료 요청시 피해자 정보를 요청하지 말아야 하고, 요청받은 기관 역시 무분별하게 자료를 제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채익 의원실에서 사건 관련 전반적인 사항을 대면 브리핑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별첨문서’가 제공됐다. 당연히 비공개로 다뤄줄 줄 알았으나 공개돼, 의원실에 유감을 표했다. 앞으로 피해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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