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마무리 단계로 알려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바탕으로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 완화 등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속한 관여(대화·협상)”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인영 장관은 29일 오전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가 긴밀히 소통”해왔다는 전제를 깔고 “큰 틀에서의 (미국 대북정책) 방향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 장관은 ‘추정 형식’으로 말했지만,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이자 국무위원이 막바지에 이른 미 대북정책의 얼개와 방향에 대해 공개 발언한 터라 눈길을 끈다.
이 장관은 미국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은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의 실질적 증진을 위해 북한인권과 인도적 협력사안이 포괄적으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한-미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장관은 다만 “북-미 대화와 비핵화의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관련 정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문제를 중시하지만 “북-미 간의 관계 개선에 우선적이고 핵심적인 주제가 북한인권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며 “(핵심 현안인) 비핵화 협상, 평화정착, 제재 문제가 진전하는 과정에 갈등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북한인권 문제도 접근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이 장관은 “올해 상반기가 남·북·미 모두 함께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최적의 시간”이라며, 5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우선 북한의 태도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를 전후로 해서 그간 보여왔던 유보적이고 관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외 정세의 탐색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2018년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밝힌 뒤 “고강도 도발이 없”는 점과 “거친 수사와 비난을 하면서도 나름대로는 일정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을 “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함”으로 판단했다. 이 장관은 “북한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특히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주시하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며 대외 행보를 저울질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상반기를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시기”로 본 이유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마무리되며 불확실성이 걷혀 나가는” 한편 하반기로 접어들면 “미-중 전략경쟁이 확대될 가능성”과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짚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대북정책 추진 여건이 왜곡되거나 때로는 장애가 조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무엇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면 미국이 북한과 “조기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에 대한 존중”도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가져왔던 방향성과 성과를 미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많이 반영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비핵화와 평화 정착, 경제협력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오면 매우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미 대화만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고 입장”이라며 “남북 관계 복원과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올 상반기에 남북관계 차원의 개선 노력도 다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나 형식이든 관계없이 모든 것을 열러놓고 북측과 마주해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협력 분야를 시작으로 쌀, 비료 등의 민생협력으로 확대하는 포괄적인 인도협력을 추진해나가고자 한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국내적으로는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4·27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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