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월26일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2033년 무렵 모습을 드러낼 3만 톤급 경항공모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해군이 2033년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 3만t급 경항모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입돼 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실제 미국의 대중 전략에 참여할지와 별도로 “능력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해군이 가진 힘이 있을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 진다”고 말했다.
해군은 21일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경항모 도입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이 사업의 지금까지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해군 당국자는 “방위사업청의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입,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사업이 착수되면, 12∼13년간 설계와 건조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경항모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전시 조기 전쟁 승리를 견인할 것이고 평시에는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국가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의 최대 역점 사업인 경항모를 둘러싸고는 2조원에 달하는 건조비와 막대한 운영비 등 예산 소요가 커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해군은 이에 대해 “경항모는 건조에 12~13년이 걸리니 예산이 분산 투입되며 순수 유지비는 연간 500억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경항모 엔진으로 원자력 추진 방식도 검토하냐는 질문엔 “재래식 추진으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경항모를 도입하면,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3각 동맹을 활용한 대중 견제에 군사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해군은 이날 경항모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원양까지 나가 작전을 구사할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해군이 이날 공개한 ‘경항공모함-국가와 국민을 위한 시대적 사명’ 자료를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처절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인 남중국해 정세에 대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
한국보다 앞서 2만t급 경항모를 도입한 일본은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 등을 위해 경항모 이즈모와 가가를 남중국해~인도양 등으로 파견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데 두 척의 경항모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해군 당국자는 “전력을 운영하는 것은 그 나라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며 “미국의 국가 전략에 연루돼 항모가 운영될 것이라는 것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우려를 충분히 알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군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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