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때의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중통)으로 발표한 개인 담화에서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2020년 7월23일 남조선 집권자가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이제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에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든든하다”고 했다며,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북쪽의 ‘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두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 “국민의 우려”(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라고 짚은 사실에 빗대 이렇게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두 언급을 두고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문 대통령을 향해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며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인 <중통>으로만 공개됐고, 인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엔 실리지 않았다. 지난 16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가 <중통>은 물론 <노동신문>에도 공개된 사실과 대비된다. 지난 ‘16일 담화’와 달리 ‘내부’가 아닌 ‘남쪽’만을 향한 담화라는 방증이다.
한편,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어떤 순간에도 (남북 사이에) 서로를 향한 언행에서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대화 노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