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참관 대신 평양시민을 위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둘러봤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생산한 여객버스와 2층버스 시제품을 둘러보고 “수도교통망 발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해줬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평양)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에서 호안 다락(계단)식 주택구를 새로 일떠세울 구상을 밝히시고 현지를 돌아보셨다”고 26일 <노동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 생산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요해(현장점검)하셨다”고 <노동신문>이 1면에 함께 보도했다.
전날 한국-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김 위원장은 “무기시험을 지도한 리병철 동지(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즉시 보고”를 받았을 뿐 현장 지도·참관은 하지 않았다.
이런 <노동신문>의 1·2면 기사 배치는, 김 위원장이 안팎에 강조하려는 정책 우선순위를 드러낸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전한 1면의 두 기사엔 시점이 없다. 김 위원장 참석 여부를 잣대로 ‘무기시험’ 기사를 2면으로 밀어낸 셈인데, 발신하려는 신호의 내용과 상대적 비중을 고려한 의도된 배합이다. 2면 ‘무기시험’ 기사 밑은 “(23일)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연설에 접한 각계의 반향”으로 채웠다.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는 계획대로 추진하겠지만, 최우선순위는 “경제 집중”이라는 신호 발신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경제 다걸기’가 핵심임을 강조하며 국방력 강화 행보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이라며 “‘(무기시험 등) 대미 경고’의 수위를 지금의 저강도에서 (고강도가 아닌) 중강도까지는 높이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화와 협상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호안 다락식 주택구 800세대”는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과는 별도”라며 “당·국가를 위해 헌신·복무”하는 이들한테 “선물하려 한다”고 밝혔다. “수도의 중심부를 감돌아 흐르는 경치 좋은” 보통강가에 고급 주택단지를 “올해 중 완공”해 노동당 8차 대회 결정 관철 독려 “선물”로 쓰겠다는 공언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평양시민 교통문제 해결 구상”에 따라 “평양시여객운수종합기업소와 평양버스공장 일꾼들과 로동계급이 개발한 교통버스와 2층버스 시제품”을 타보고는 “당에서 적극 밀어주겠으니 도시미화에 어울리며 인민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여객버스를 대량생산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번주 <노동신문>에 집중 보도된 김 위원장의 ‘민생·애민’ 행보는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평양시(300만명)의 주거·교통난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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