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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 “코로나19 의심 탈북자 월북, 개성시 방역 비상”

등록 2020-07-26 11:28수정 2020-07-26 22:05

군 당국 “관계기관과 공조 확인 중”
20대 탈북자 한강 헤엄쳐 월북한 듯
휴전선 서부전선 남쪽에서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가 2015년 8월11일 촬영했다.
휴전선 서부전선 남쪽에서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가 2015년 8월11일 촬영했다.
북한 매체가 26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자가 분계선을 넘어 월북해 왔다”며 개성시에 방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현재 북의 공개 보도와 관련해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월북자 발생’을 시인했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20대 성폭행 혐의자 월북자로 지목 군과 관계 당국은 2017년 남으로 온 탈북자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20대 남자 ㄱ씨가 이번에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행방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지난달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탈북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ㄱ씨는 최근 북한 땅이 마주 보이는 한강 하류의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지역을 사전 답사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은 2017년 탈북할 때 한강 하류를 헤엄쳐 교동도 지역으로 넘어온 경력이 있는 ㄱ씨가 이번에 같은 경로로 헤엄쳐 북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의 월북이 사실로 확인되면 전방 경계부대에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교동도 지역 해안과 강기슭 경비를 맡고 있는 부대의 경계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와 함께 감시장비 녹화 영상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 관리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탈북자는 통상 하나원에 입소해 3개월 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퇴소하면 5년 정도 거주지 관할 경찰서 신변보호 담당관 등의 초기 정착 지원·관리를 받는다. ㄱ씨는 국내 들어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이 탈북자의 동선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데다 탈북자들도 신변보호를 감시로 여겨 비협조적인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주장처럼 ㄱ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월북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ㄱ씨가 남한에 있을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 또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는 당장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개성시 방역 비상” 선포 북한은 과거에도 ‘자진 월북자’를 매체 보도 형식으로 여러 차례 공개했다. 이번에 특이한 대목은 탈북자의 월북을 빌미로 대대적인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발표한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비상소집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가 진행됐다”며 “악성비루스 감염자로 의심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관련 보고가 올라온 직후인 지난 24일 오후 개성시를 완전 봉쇄했고 구역·지역별로 격리하는 ‘선제적 대책’을 취했다고 통신이 밝혔다. 또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며 특급경보를 발령할 데 대한 당 중앙의 결심을 천명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월북을 빌미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올 초부터 북-중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등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아왔다. 김 위원장의 강경한 조처 배경엔 방역을 명분 삼아 최근 경제난 탓에 흐트러진 사회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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