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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에서 가장 완벽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김일성이다”

등록 2020-03-03 02:55수정 2020-03-03 07:41

박한식의 평화에 미치다
김일성 1920년대부터 주체사상 ‘착상’
독립운동의 사대주의·파벌싸움 ‘비판’
주체적 역량·정신만이 독립국가 ‘쟁취’
대안 인간형 ‘사회정치적 생명체’ 제시
“자주·창의·의식성 지닌 사회적 존재”

‘옳은 지도로 사회력사발전 주체화’ 교육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 강조
“기독교 삼위일체와 완전히 다른 존재
남쪽 학계 ‘령도의 핵심 삼위일체’ 오해”

‘당과 수령의 령도=정치적 리더십’ 의미
김일성 사후에도 유훈정치로 카리스마
“북한의 실세는 여전히 김일성인 이유”

주체사상은 모든 일상생활·예술 ‘근간’
“윤이상 작품 ‘주체음악’으로 높이 평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나온 북 미장원
‘주체 헤어스타일 포스터’ 매우 사실적
[길을 찾아서] 주체사상 (2)
[길을 찾아서] 주체사상 (2)

박한식 교수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모든 일상생활과 예술 활동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삼지연관현악관은 대표적인 주체음악 단체로 꼽힌다.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박한식 교수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모든 일상생활과 예술 활동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삼지연관현악관은 대표적인 주체음악 단체로 꼽힌다.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앞서 여러차례 강조했듯, 내가 주체사상 연구를 결심한 까닭은 북한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북한을 합리적으로 이해해야만 남북이 서로 평화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북한 연구는 대부분 민주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과 같이 북한 외부에서 동원된 개념을 북한에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방식으로 북한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북한의 생각을 지배하는 사상을 연구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주체사상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주체사상 연구는 약 10여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북한을 방문해서 주체과학원의 수많은 학자들에게 질문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그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연구를 해왔다. 그러한 연구의 역정은 2002년 영문판으로 출간된 <통념을 벗어난 지혜로 본 북한 정치>(North Korea: The Politics of Unconventional Wisdom)에 집약되었다.

박한식 교수는 ‘김일성이 1994년 사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실세인 이유는 주체사상에서 제시한 가장 완벽한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바로 김일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김일성에 대한 영원한 추앙을 선전하는 북한 포스터. 사진 연합뉴스
박한식 교수는 ‘김일성이 1994년 사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실세인 이유는 주체사상에서 제시한 가장 완벽한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바로 김일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김일성에 대한 영원한 추앙을 선전하는 북한 포스터. 사진 연합뉴스

‘주체사상 (1)’ 편에서 이미 설명했듯, 김일성은 1920년대 전개된 반일민족해방운동과 공산주의운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주체사상을 착상했다. 반일민족해방운동과 공산주의운동은 한마디로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일성은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들의 행태를 목격하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행태가 전반적으로 사대주의와 파벌싸움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일성은 생각했다. 조선이 망한 것도 사대주의와 파벌싸움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또다시 사대주의와 파벌싸움에 매몰되어 있단 말인가? 김일성은 무엇보다도 사대주의와 파벌싸움을 혁파한 새로운 인간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인간형은 자기 문제를 자기 스스로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존재여야만 했다. 그처럼 주체적 역량과 정신을 가진 존재만이 독립국가를 쟁취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일성은 독립국가를 쟁취할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에 이른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이 사람 중심 사상이란 점을 강조하고, 그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자주성, 창의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정의했다. 자주성은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사회적 인간의 속성을 말한다. 창조성은 목적의식적으로 세계를 개조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사회적 존재의 속성을 말한다. 의식성은 세계와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개변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규제하는 사회적 인간의 속성을 말한다.

특히 김일성은 사람의 ‘자주성’에 주목해서 이른바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은 생명입니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주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동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에게 있어서 육체적 생명보다도 사회정치적 생명이 더 귀중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목숨이 붙어 있어도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정치적 자주성을 잃어버린다면 사회적 인간으로서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습니다.”(1972년 9월1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와 대담 중에서)

김일성은 1972년 9월17일 평양에서 일본 &lt;마이니치신문&gt;과 한 인터뷰에서 주체사상과 연방제 통일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뷰 기사는 이틀 뒤 9월19일치 1면에 실렸다.
김일성은 1972년 9월17일 평양에서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주체사상과 연방제 통일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뷰 기사는 이틀 뒤 9월19일치 1면에 실렸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란 한마디로 사대주의와 파벌싸움을 혁파한 대안의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대주의와 파벌싸움에 매몰된 인간이 개인의 욕망과 자유와 이익 등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자라면,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단체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헌신하는 공적 존재를 의미한다. 북한에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주체교육을 통해서 육성된다.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지배하는 북한에서는 개인주의가 설 땅이 없다. 그래서 개인이 소속된 단체 간의 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가장 완벽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김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원도 사회정치적 생명체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김일성의 구상에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주역이 된다. 아울러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통해서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방법으로는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영도)’로 제시되었다.

김정일의 노작(勞作),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민대중이 력사(역사)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다하자면 반드시 지도와 대중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인민대중은 력사의 창조자이지만 옳은 지도에 의하여서만 사회력사발전에서 주체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혁명운동, 공산주의운동에서 지도문제는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문제입니다. 로동(노동)계급의 당은 혁명의 참모부이며 로동계급의 수령은 혁명의 최고령도자입니다.”

북한에서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는 종종 ‘삼위일체’라는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내가 북한에서 만난 황장엽뿐만 아니라 여러 학자들도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를 설명하곤 했다. 그러나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는 김정일의 노작 등에서 명시한 ‘전문용어’(technical term)인 반면, ‘삼위일체’는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채용한 ‘비전문용어’(non-technical term)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삼위일체는 북한 학자들의 일상적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긴 하지만, 주체사상의 핵심을 서술하는 책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주체사상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령도’라는 명제의 핵심을 삼위일체로 파악하고, 그것을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유비해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유비를 통해서 이뤄지는 해석은 모두 주체사상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초래할 뿐이었다. 주체사상의 삼위일체를 구성하는 인민대중-당-수령은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구성하는 성부-성자-성령과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독교의 성부는 세상의 밖에서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다. 그러나 주체사상의 수령은 세상 안에서 존재하는 세속적 존재다. 따라서 기독교의 삼위일체는 종교사상에 해당하는 반면, 주체사상의 삼위일체는 정치사상에 해당하는 차이가 있다.

당과 수령의 ‘령도’는 일종의 정치적 리더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준전시상태에서 살아왔다. 바로 그러한 준전시상태가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영도라는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손자, 마오쩌둥(모택동), 클라우제비츠, 마키아벨리 등과 같은 정치사상가는 전시상태에서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주체사상에서 역설하는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영도는 북한에 특유한 명제가 아니라 인류의 정치사상에서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1994년 김일성 사후 국제사회의 여러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를 할 때 “북한의 실세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김일성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 질문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었다. “북한의 실세가 누구냐고요!” 그들은 김일성이 이미 사망했는데 여전히 김일성이 실세라는 나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 나는 북한 특유의 ‘유훈정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준전시상태 내지 전시상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민대중에 대한 당과 수령의 영도라는 정치적 리더십이 유지되어야 한다. 김일성 생전에는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통해서 그러한 정치적 리더십이 비교적 쉽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일성 사후에도 북한이 정치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이 생전에 발휘했던 정치적 리더십이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에서는 그 문제를 유훈정치를 통해서 해결했다. 유훈정치는 김일성 사후에도 김일성이 생전에 발휘했던 카리스마를 보존함으로써 정치적 리더십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단순히 추상적 수준에서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주체교육을 통해서 북한 사회 전체의 삶의 양식을 지배하는 실천윤리로 자리를 잡았다. 북한에서는 그런 실천윤리를 주체사상의 지도적 원칙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주체사상의 자주성은 4가지 지도적 원칙을 통해서 구현되는데,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가 각각 그것이다. 사상에서 주체는 정치, 경제, 국방 각 분야의 주체를 선도하는 구실을 한다.

사상에서 주체는 무엇보다도 정치에서 자주로 실현된다. 아울러 정치에서 자주가 실현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경제에서 자립과 국방에서 자위도 보장된다. 특히 정치에서 자주는 대외관계에서 완전한 자주권과 평등권을 행사함으로써 실현된다. 20세기 초반의 항일운동, 중-소 분쟁 시기의 자주외교, 미국에 대한 반제국주의 운동 등은 모두 정치에서 자주라는 지도적 원칙을 실천한 것이었다.

경제에서 자립은 자립적 민족경제를 추구하는 지도적 원칙이다. 자립경제에서는 이익 그 자체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와 달리 나라와 인민의 수요 충족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자립경제는 다른 나라의 경제적 지배와 예속을 반대한다.

국방에서 자위는 자기 힘으로 자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지도적 원칙이다. 아울러 국방에서 자위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자위적 무장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야만 나라의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의 군사적 담보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세계의 비난을 무릅쓰면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지도적 원칙을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2018년 2월16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기념해 평양 만수대예술극장 안에 ‘주체음악예술발전관’을 개관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2018년 2월16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기념해 평양 만수대예술극장 안에 ‘주체음악예술발전관’을 개관했다. 사진 연합뉴스

주체사상은 북한의 일상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구현된다. 예컨대 주체음악이 있다. 서양 악기와 우리의 전통 악기를 뒤섞어 연주하는 음악을 주체음악이라고 부른다.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때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공연 실황을 유심히 보면 서양 악기와 우리의 전통 악기를 함께 사용해서 연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주체음악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윤이상의 음악을 주체음악으로 높이 평가해 1984년부터 ‘윤이상음악연구소’를 만들어 지금껏 해마다 연주회를 열고 있다. 2014년 음이상교향악단이 연구소 창립 30돌 기념 음악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윤이상의 음악을 주체음악으로 높이 평가해 1984년부터 ‘윤이상음악연구소’를 만들어 지금껏 해마다 연주회를 열고 있다. 2014년 음이상교향악단이 연구소 창립 30돌 기념 음악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한식 교수는 1994년 11월 북미주기독자회의 회장으로서 95년 1월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해외동포가 함께하는 ‘윤이상음악제’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박한식 교수는 1994년 11월 북미주기독자회의 회장으로서 95년 1월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해외동포가 함께하는 ‘윤이상음악제’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북한에서 윤이상의 음악은 주체음악으로 간주해서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윤이상의 음악은 서양 근대음악에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녹아 있는 형태로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윤이상교향악단을 창단하고, 윤이상음악당을 설립해서 주체음악을 꾸준히 연주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윤이상과 오랜 교분이 있어 그의 음악을 미국에 널리 소개하고자 했다. 나는 1994년 북미주기독자회의 회장 시절 남북한에 제안해 ‘윤이상 음악제’를 이듬해 1월 뉴욕에서 열기로 합의하고 발표까지 했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방해세력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윤이상이 작고한 뒤인 1996년 11월에야 독일 베를린의 국제윤이상협회와 뉴욕 한국인 교향악단을 연결시켜 뉴욕 링컨센터에서 ‘세계 현대음악의 거장―윤이상 현대음악 연주회’를 열게 되었다. 그때 미국에서 음대 교수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나의 큰딸 박주영이 윤이상의 곡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하기도 했다.

박한식 교수는 윤이상 음악을 미국에 알리고자 1996년 11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윤이상 현대음악 연주회’를 주선하기도 했다.
박한식 교수는 윤이상 음악을 미국에 알리고자 1996년 11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윤이상 현대음악 연주회’를 주선하기도 했다.

1996년 11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윤이상 현대음악 연주회’의 프로그램.
1996년 11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윤이상 현대음악 연주회’의 프로그램.

주체 헤어스타일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티브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면 여자 주인공이 북한의 미장원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장원에 들어서면 벽면 포스터에 전시된 몇 가지 헤어스타일의 유형이 눈에 띄는데, 바로 그것이 주체 헤어스타일이다. 미장원의 손님은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북한에서는 평양의 창광원 등 미용실에서 ‘주체 헤어스타일’ 포스터를 제시해 선택하게 한다. 사진은 드라마 &lt;사랑의 불시착&gt;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갈무리
북한에서는 평양의 창광원 등 미용실에서 ‘주체 헤어스타일’ 포스터를 제시해 선택하게 한다. 사진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갈무리

최근 화제를 끈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lt;사랑의 불시착&gt;에서 남쪽 출신 여자 주인공(손예진)이 평양식 헤어스타일로 변신하기도 했다. 티브이엔(tvN) 갈무리
최근 화제를 끈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남쪽 출신 여자 주인공(손예진)이 평양식 헤어스타일로 변신하기도 했다. 티브이엔(tvN) 갈무리

물론 주체 헤어스타일의 유형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주체 춤도 있다. 주체 춤의 특징은 하체의 율동을 자제하고 상체의 율동을 중심으로 춤을 추는 것이다. 하체의 과도한 율동은 상스럽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체 건축도 있다. 예컨대 북한 인민대학습당은 지붕을 기와로 장식한 반면, 내부는 현대식 시설로 꾸몄는데, 그런 식의 건축양식을 주제 건축이라고 부른다. 요컨대 주체사상은 북한의 사회적 삶을 끊임없이 견인하는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필 이현휘 제주대 특별연구원/구술정리 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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