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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외무상에 리선권…‘대미 올인’ 탈피 메시지

등록 2020-01-19 20:24수정 2020-01-20 02:08

소식통 “북, 주재 외교단에 통보”
미국통 리용호 교체-리수용 해임

협상 결실 못맺은 책임 물은 듯
리선권, 대남사업 총괄 ‘강경파’
“미국에 장기대립 메시지” 분석도
지난 2018년 1월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종료회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1월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종료회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상이 ‘미국통’ 리용호에서 ‘대남 라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교의 두 축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외무상을 전격 교체하고, 대남 업무를 총괄해온 인물을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에 앉힌 ‘파격 인사’다.

북한이 최근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리선권 외무상의 임명을 통보했다고 19일 복수의 외교,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의 ‘대부’ 격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고 후임에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가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외교의 주도권이 외무성에서 대남 라인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리선권 등 대남 라인에 물었다면, 이번에는 하노이 회담 이후 대미 외교가 결실을 만들어내지 못한 책임을 리수용-리용호로 대표되는 정통 외교 라인에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군 출신인 리선권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군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 남북군사회담에 관여해온 최측근이다. 2016년 김영철이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남사업을 총괄하자 리선권도 곧바로 군복을 벗고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대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고 외교 관련 경력은 없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을 했다고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부터 북-미·남북 외교를 주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내놓았고, 그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리선권도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선권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8개월 만인 지난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가한 모습이 확인된 뒤 외무상으로 도약했다.

대남 강경파 이미지를 보여온 리선권이 북한 외교를 지휘하게 된 것은 미국과의 ‘장기 대립’에 대비해 대미 강경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대미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올해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해 당분간 북-미 협상 진전보다는 ‘지구전’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김영철-리선권 라인의 복권을 통해 지난해 리수용-리용호-최선희(외무성 제1부상) 라인이 추진했던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리수용-리용호-최선희의 외교 라인이 지난해 남북관계를 무시하고 대미 외교에 올인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북한의 후속 움직임을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남 라인인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은 남북관계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외무성 라인은 미국이 북한의 안전과 발전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아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대미 강경 노선을 채택하고 남북관계를 외면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미 협상 진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러시아 외에 남북관계에서도 진전을 만들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들어 남쪽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남-북-미 선순환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쪽도 지난해의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려는 신호를 보낸 셈이어서 어떤 화학반응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리선권 신임 외무상을 주축으로 하는 대남 라인이 대남관계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려 한다면, 멈춰선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외교 경험이 없는 리선권 신임 외무상 임명 뒤 외무성과 대남 라인의 후속 인사도 주목된다. 당중앙위원회 위원인 리선권은 정치국 위원이었던 전임자 리용호에 비해 정치적 위상이 낮다. 당중앙위 위원이자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정치적 위상이 리선권을 압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역할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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