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으로 한반도와 지역 정세가 격화될 수 있다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삼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13일 경고했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무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계획하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이 조선반도와 지역의 정세를 피할 수 없이 격화시키는 주되는 요인”이라며 “조선반도 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2016년 설립된 최고정책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남쪽의 청와대 대변인 담화에 해당하는 형식인데, 미국을 향해 발표하곤 하던 외무성 대변인이나 당국자의 담화에 비해 급을 높였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정세 인식을 담은 것으로, 북한이 이번 한미 훈련을 심각하게 여긴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는 특히 지난 3월과 8월 각각 치러진 한미연합훈련인 ‘19-1 동맹’ 연습과 전시작전통제권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등을 “상대의 선의를 악으로 갚는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조미(북미)관계의 운명이 파탄 위기에 처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또다시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 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 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하여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단언했다.
담화는 이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머지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을 거듭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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