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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러, 하루만에 말바꾼 까닭은…중국과 훈련 흠집날까봐 ‘억지’

등록 2019-07-24 22:12수정 2019-07-25 16:15

중-러 군용기 카디즈·영공 침범 전문가 분석

중·러 준군사동맹 본격 등장
중·러, 합동군사훈련 등 협력 강화
“미-중-러 경쟁구도 차원에서 봐야”

독도 상공→남중국해 빠진 속뜻
약한 고리 한-일 틈 벌려 미 견제
미의 중국방어 ‘제1열도선’ 이어져
러시아 해군의날 퍼레이드를 앞두고 중국 해군의 유도 미사일 구축함 시안 함이 생페테르스부르크에 입항해 환영 받고 있다. 생페테르스부르크/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해군의날 퍼레이드를 앞두고 중국 해군의 유도 미사일 구축함 시안 함이 생페테르스부르크에 입항해 환영 받고 있다. 생페테르스부르크/타스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 23일 ‘첫 장거리 연합 초계비행’ 훈련을 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하고 그 와중에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사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중-러의 준군사동맹이 동아시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러시아 정부가 사건 직후 한국 영공 침범에 유감을 표했다가 24일 이를 공식 부인한 것은 이 문제가 중-러 군사 협력에 균열을 낼 우려, 독도와 관련한 일본의 입장 등을 계산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러는 오래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진행한 이번 훈련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한국 영공 침범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초 한국에 독도 영공 침범을 사과한 것이 독도를 둘러싼 한-일 분쟁에서 한국의 영유권을 공식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을 깨닫자 유감 표명을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 참가국들을 늘려가고 이에 맞서 동아시아 안보 틀을 흔들려는 중-러의 대담한 행보가 지속되는 구도여서, 한반도 주변에서 이런 유형의 사태가 계속될 우려가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제재에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전방위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대항에 나섰다. 군사적 협력도 점점 긴밀해져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실시된 ‘보스토크 2018’ 합동군사훈련에는 러시아군 30만명과 중국 인민해방군 3200명이 참가했다. 지난 6월1일 미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과 러시아를 현상을 변경하려는 위협 국가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의 군사적 성격을 분명히 하자, 중-러는 군사협정 체결 계획도 밝힌 상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6월1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가 발표되고 6월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을 찾는다’는 발언이 나오자 중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항하는 준군사동맹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미-중-러 경쟁의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러 군용기들이 독도 상공에서 카디즈로 침입한 뒤 남중국해 쪽으로 빠져나간 것은 전략적 함의가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관계를 겨냥하기 위해 독도 상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중·러 군용기가 독도 상공으로 들어온 것은 이미 갈등 상태인 한-일의 틈을 더욱 벌림으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오히려 한국에 항의한 것은 중·러의 전략적 의도에 정확히 들어맞는 행보였다.

미-중이 태평양 진출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이는 ‘제1열도선’ 돌파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가상의 군사방어선인 ‘제1열도선’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봉쇄선이자 중국이 돌파해야 하는 요충지다. 이수형 연구위원은 “독도 근처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돌파해야 하는 제1열도선 쪽으로 이어지는 곳이고, 중·러 공군기들이 독도 상공으로 들어왔다가 남중국해 쪽으로 빠져나간 것은 유사시 남중국해에서 중·러가 함께 미국에 맞서는 경우를 상정해 러시아 쪽에서 남중국해까지 최단 거리의 항로를 찾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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