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한돌을 맞은 27일 오후 경기 파주 임진각 민통선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평화손잡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북쪽을 바라보며 줄지어 인간띠를 만들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한돌을 맞은 27일 전한 메시지다. 이날 저녁 통일부·서울시·경기도가 판문점 남쪽에서 연 기념행사 ‘평화 퍼포먼스’에서 영상으로 상영됐다. 1년 전 판문점을 달궜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만남 이후 남북 관계의 변화상을 짚으면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전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숙고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이라며 “판문점 선언이 햇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한돌 기념행사’에서 1년 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를 했던 곳에서 일본 플루트 연주자 다카기 아야코와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아야코가 연주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행사가 이뤄진 판문점 6곳을 무대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예술인들이 평화를 기원하는 공연으로 진행됐다. 첫 곡은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넘나는 군사분계선 앞에서 미국 첼리스트 린 하렐이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앞에서 연주된 곡인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 판문점에서도 분단과 경계가 무너져 내리길 바라는’ 의미로 선곡됐다. 두 정상이 함께 기념 식수를 한 곳에서는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플루트를 위한 에튀드’가 연주됐고, ‘평화의 집’ 앞에서는 가수 보아가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반주에 맞춰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판문점선언 1주년이 모든 한국인에게 평화의 새 시대를 가져다주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연철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단과 시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북쪽의 ‘깜짝 등장’은 없었다. 정부는 지난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쪽에 행사 계획을 통지했으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이 가끔 나와 사진만 찍고 돌아갔을 뿐 판문점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판문점선언 1주년이 모든 한국인에게 평화의 새 시대를 가져다주기를 기도한다”며 “인내심 있고 끈기 있는 노력으로 화합과 우호를 추구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이런 가운데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망록’에서 미국의 간섭을 비판하며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쪽은 “미국은 남한에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속도조절론을 노골적으로 강박”한다며 “북남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김지은 이완 기자, 판문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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