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올해는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형식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1일 평양 시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의 1인용 소파에 앉아 남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30분간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단상에 올라 연설하듯 발표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대화하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핵 단추, 제국주의 침략세력, 전쟁도발 책동’ 등 원색적인 표현들도 사라졌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신년사를 녹화방송하면서, 김 위원장이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복도와 계단을 걸어 집무실로 향하는 모습부터 공개했다.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고 다른 벽에는 책과 서류들이 서재처럼 꽂혀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엔 신년사를 평양시각으로 오전 9시인 남쪽의 오전 9시30분에 방송으로 내보냈지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5월5일부터 남북한 표준시가 다시 ‘통일’된 뒤 올해는 방송시간이 남쪽의 오전 9시로 바뀌었다.
신년사의 달라진 모습은 세련된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국제표준에 해당하는 신년사”라며 “과거처럼 딱딱하고 고압적인 자세가 아니라 소파에 앉아 인민들과 대화하는 듯한 형식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1만3천자 분량인 신년사의 60% 이상을 경제발전 등 대내 메시지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며 사회주의 자립경제를 구호로 제시하고, ‘자립경제’를 7차례 이야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발전을 하자는 메시지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개혁 추진에도 방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근로자들이 자각적 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 발동할 수 있도록 관리방법을 혁신”하고 “경제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협동농장에 가족영농제 도입과 소규모 기업소의 경영 자율권 강화 등 ‘우리식 경제관리’ 개혁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이런 성과를 확대해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 비핵화 진전에 따른 개혁개방을 사전에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 대상 건설로는 관광지구 개발을 추진중인 삼지연군 건설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언급했다. 군수공업 부문이 “경제 건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며 ‘평화 담보’ 역할을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박민희 노지원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