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올해는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형식 면에서도 파격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의 1인용 소파에 앉아 남색 양복에 청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30분간 신년사를 발표했다. 단상에 올라 연설처럼 발표하던 예년의 신년사와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조선중앙TV>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신년사를 방송에서 자정을 알리는 시계와 한밤의 노동당 본부청사 건물을 보여준 뒤,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위해 복도를 걸어 계단을 내려가 집무실로 입장하는 장면부터 공개했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맞이했고,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 등이 환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집무실 시계 등을 보면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이날 자정 무렵 녹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왼쪽),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오른쪽)과 함께 신년사를 발표할 노동당 청사의 집무실 쪽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방송 화면에 잡힌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고 다른 벽에는 책과 서류들이 서재처럼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집무실 모습이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호텔의 회담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 중앙TV>는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을 언급할 때 김 위원장이 해당국 정상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이 지난 한해 성과들을 나열할 때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등장시켰다.
2015년 신년사를 하고있는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이날 신년사의 파격적 형식에 대해 전직 고위 당국자는 “세련된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당·정·군의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강조한 듯 하다. 아울러 양복, 넥타이, 소파, 활짝 웃는 표정 등으로 예년과 형식적으로 차이를 보여주면서,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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