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평화공동체 법제포럼 이홍훈 대표
‘북한에도’ 변호사가 있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은 ‘재판은 공개하며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1993년 30개 조문의 변호사법을 만들었다. 우리의 대한변호사협회 격인 조선변호사회도 있다. 다만 변호사의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북한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관, 기업소, 단체 및 공민의 법적 권리와 리익을 보호하며 법의 정확한 집행을 보장하는데 이바지 한다’고 돼 있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우리 변호사법과 대조를 이룬다.
“저쪽 법조계 사정을 잘 모르겠네요. 거기도 법조계란 것이 있을 텐데요. 북 헌법이나 법령 정도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데 법조인 교류가 없어요. 그러니 만나야죠.”
이홍훈(72) 전 대법관은 더디더라도 예전처럼 쉽게 뒤로 밀리지 않는 요즘 남북관계가 반갑다. 2011년 대법관에서 물러난 그는 이듬해 법무법인 화우의 공익위원회를 발족했고, 2014년 화우공익재단 초대이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화우공익재단 고문변호사로 한발 물러섰는데, 올해 1월엔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법개혁의 틀을 만들고 있다. 그 와중에 일을 하나 더 벌였다. 남북 교류·협력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평화 공동체 법제포럼’을 지난 5월 출범한 것이다. 법제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이 전 대법관을 1일 서울 강남 아셈타워 화우공익재단 회의실에서 만났다.
“4월 남북정상회담 이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에 법조인과 민간단체가 만나 남북한 법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체 통합에 기여하자고 뜻을 모았어요. 그 자리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평화 공동체 법제’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였다. “정치적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평화라는 가치와 공동체 통합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통일 논의는 무의미하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일시적 평화가 아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체제를 꿈꾸고 있다면, 교류와 협력의 현장을 하나로 묶어줄 법과 제도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법복을 입던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서 전향적 판결을 여럿 내놓았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교류해서 말을 트는 게 가장 중요해요. 북한에도 변호인, 검찰, 법원이 다 있잖아요. 김일성대 법학부도 있고요. 대화 파트너를 어디로 하느냐가 중요한데 다들 북한 사정에 어둡잖아요.”
‘잘 모른다’면서도 답답한 눈치는 아니었다. 법제포럼에는 ‘교류·협력 선배’인 민간단체와 ‘통일 선배’인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가 참여하고 있다. “평와와 공동체를 뒷받침할 법제 마련을 위해서는 교류협력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경험과 비전이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입니다. 독일 통일과정 역시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참고서이죠.”
‘법제 교류로 평화 기여’ 5월 출범
“남북 법조인·학자 만남 추진하고
북 법률논문 소개·토론회 등 계획” 대법관 퇴임 뒤 공익재단 이끌기도
판사 시절 ‘국보법’ 등 전향적 판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 위원장도 그 자신 법률가인 아데나워재단의 슈테판 잠제 한국사무소 소장은 최근 북한을 두 차례 다녀왔단다. “처음에는 북한 법원 쪽을 만났고, 다음엔 김일성종합대학 쪽을 만났다고 합니다. 남북의 법조인과 학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장소는 북한, 남한, 제3국 어디라도 좋습니다.” 법조인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북한법제, 통일법제, 남북교류협력법제, 북한인권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이들이 많다. 남북의 법제는 체제의 차이만큼이나 동일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북한이 향후 국제사회와 경제협력에 나서려면 법체계 역시 바뀌어야 할 텐데요. 우리 포럼이 그런 지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남과 북의 법이 충돌하는 문제에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어느 일방의 체제와 법제를 강요할 순 없어요. 그래도 길은 있죠. 개성공단을 처음 운영할 때 남북이 머리를 맞대 법령을 만들어간 것처럼 양쪽이 만나 교류·협력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먼저 논의해야죠.” 그는 ‘남북관계 법제저널’을 만들어 북한 쪽 법률논문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법제포럼은 교류·협력이 집중될 경제분야 법적 쟁점과 경제제재 문제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을 이용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해요. 경제협력도 상호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걸어가야 진정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요.” 법제포럼은 법인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나름의 기조나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애써 쌓아왔던 남북한 신뢰관계가 허물어지곤 했어요. 포럼은 이런 불안정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남북 합의를 공고히 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려 합니다.” 여기에는 함보현·홍유진(화우공익재단) 변호사, 송윤정(법무법인 바른)·김광훈(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등 젊은 공익변호사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남일 고한솔 기자 namfic@hani.co.kr
이홍훈 대법원 사법발전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남북 법조인·학자 만남 추진하고
북 법률논문 소개·토론회 등 계획” 대법관 퇴임 뒤 공익재단 이끌기도
판사 시절 ‘국보법’ 등 전향적 판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 위원장도 그 자신 법률가인 아데나워재단의 슈테판 잠제 한국사무소 소장은 최근 북한을 두 차례 다녀왔단다. “처음에는 북한 법원 쪽을 만났고, 다음엔 김일성종합대학 쪽을 만났다고 합니다. 남북의 법조인과 학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장소는 북한, 남한, 제3국 어디라도 좋습니다.” 법조인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북한법제, 통일법제, 남북교류협력법제, 북한인권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이들이 많다. 남북의 법제는 체제의 차이만큼이나 동일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북한이 향후 국제사회와 경제협력에 나서려면 법체계 역시 바뀌어야 할 텐데요. 우리 포럼이 그런 지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남과 북의 법이 충돌하는 문제에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어느 일방의 체제와 법제를 강요할 순 없어요. 그래도 길은 있죠. 개성공단을 처음 운영할 때 남북이 머리를 맞대 법령을 만들어간 것처럼 양쪽이 만나 교류·협력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먼저 논의해야죠.” 그는 ‘남북관계 법제저널’을 만들어 북한 쪽 법률논문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법제포럼은 교류·협력이 집중될 경제분야 법적 쟁점과 경제제재 문제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을 이용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해요. 경제협력도 상호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걸어가야 진정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요.” 법제포럼은 법인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나름의 기조나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애써 쌓아왔던 남북한 신뢰관계가 허물어지곤 했어요. 포럼은 이런 불안정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남북 합의를 공고히 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려 합니다.” 여기에는 함보현·홍유진(화우공익재단) 변호사, 송윤정(법무법인 바른)·김광훈(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등 젊은 공익변호사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남일 고한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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