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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특별기고] 협상은 주고 받기…한미훈련 중단은 상호신뢰 출발점

등록 2018-06-15 23:32수정 2018-06-17 06:48

북미정상회담 이후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6·15선언 18주년을 맞아 열린 평화통일박람회에서 시민들이 판문점선언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 회원들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광화문역에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응원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자유한국당의 항의를 우려해 이 광고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6·15선언 18주년을 맞아 열린 평화통일박람회에서 시민들이 판문점선언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 회원들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광화문역에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응원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자유한국당의 항의를 우려해 이 광고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싱가포르 합의문에서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협상의 본질을 표현했고, 앞으로의 이행방법을 예고했다. 회담이 끝나고 쏟아지는 냉소와 비난은 대부분 ‘협상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은 ‘일방주의’가 아니라 ‘상호주의’고, ‘강압’이 아니라 ‘주고받기’다. 협상에서 주지 않고 받을 방법은 없다. 과거의 안경을 벗고, 새로운 변화를 보자.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병행해결은 협상의 본질

협상의 규칙: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병행해결

관계가 달라져야 비핵화가 가능하다. 핵무기 폐기만 강조했던 사람들은 합의문을 보고 ‘북한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핵무기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산물이었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합의문은 핵문제의 본질을 인정했다. 중대한 변화다. 포괄 합의와 병행해결은 결코 누구에게 유리하지 않다. 협상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한다. 북한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협상의 의미를 이해했고, 합의문에 협상의 구조를 정리했으며, 이제 협상의 문법에 따라 이행을 시작한다. 여러분. 이제 협상이 시작되었다고요.

처음부터 시브이아이디(CVID)라는 말이 합의문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었다. 시브이아이디는 적대시기의 말이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선핵 폐기론’이다. 북한은 그동안 시브이아이디를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비판했다. 서로 주고받는 포괄적 병행해결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미국의 협상팀은 시브이아이디에 대한 북한의 거부를 확인하고, 마지막까지 C에 해당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화하고, V에 해당하는 사찰과 검증의 원칙을 집어넣으려 했을 것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병행해결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목표개념으로 체제보장을 약속하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고, 체제보장의 구체적인 조치를 제시하면 신고·사찰·검증을 포함하는 비핵화의 초기 조치를 받았을 것이다. 미국이 초기에 핵무기의 해외반출을 제안했다면, 북한은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과연 미국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을 것이다. 줄 수 없으면 받기 어렵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병행해결은 협상의 본질이다. 이번 합의는 과거의 합의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다른 점도 있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났다. 주먹을 펴고 악수를 했다. 왜 주먹을 폈냐고, 아직은 주먹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악수는 인정과 존중을 의미한다. 신뢰 만들기와 적대 정책을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

협상은 사람이 하고, 지도자 사이의 신뢰가 외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즈니스를 같이 할 수 있는 상대’임을 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 주류와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에 호의를 느꼈을 것이다. 두 지도자의 신뢰는 향후 이행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합의는 실무자들이 세부적인 이행시간표를 기술적으로 작성했다. 지금은 다르다. 정상 합의와 실무협상을 번갈아 하면서 신뢰 쌓기와 기술적 협의를 함께 한다.

군사훈련 중단은 처음 아냐
노태우 정부 때 이미 한적 있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의 의미

과거와의 결정적 차이는 속도다. 북한과 미국 모두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 실험장 폐쇄’와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도 취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관계 정상화’와 ‘제재 완화’는 절차가 복잡하고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의 제도적 변화의 준비도 부족하다. 그야말로 압축적 비핵화를 위해 사용할 보장의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꺼내 들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이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운영되며, 한-미 군사훈련도 전체적인 미군 운영의 일부다. 미국의 실무자들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 및 조정을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기술적 절차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결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미 양국의 일부 사람들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은 근거가 없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처음이 아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합의했던 노태우 정부 때 이미 중단한 적이 있다.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해서 한-미 동맹 자체가 퇴색하지 않는다.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평화체제의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목적, 역할, 기능의 변화를 공동연구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변화를 바란다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이룰 방법은 없다. 달라진 상황에 어울리는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북-미 아직은 불신 깊어
적극적 신뢰구축 노력 필요

중층적 체제보장의 필요성

물론 아직은 불신이 깊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북한은 합의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정치권의 일치된 반감을 주목할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주도 가능성을 지켜볼 것이다. 미국 정치의 분열은 심각하고 초당적 협력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과거 구소련 지역의 비핵화 과정에서 추진했던 넌-루거 방식과 같은 협력적 위협 감소 조치는 초당적 협력의 상징이지만, 현재의 미국 정치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신뢰구축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확정하고,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미국은 당장 제재 완화가 어렵다면, 제재 완화의 의사를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기구의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서 제재 완화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북한의 경제시찰단을 미국에 초청하라. 유해발굴을 시작하고, 미국 주민의 여행 금지를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비핵화를 위한 체제보장은 북-미 관계만으로 부족하다. 대안적인 체제보장자를 찾자는 주장이 아니다. 미국의 부족한 보장 역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보장에서 남북관계의 역할을 인정했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판문점 선언을 인용한 이유가 있다. 적대관계의 해소는 북-미 관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비중이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달라지면, 당연히 한반도 질서가 달라진다.

과거와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이다. 과거 핵합의가 깨질 때, 공통점은 바로 남-북-미 삼각관계의 악순환이었다. 싱가포르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는 서로 도왔다. 이 과정에서 그야말로 한-미 관계의 찰떡공조를 유지했다. 한·미 정상은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의 부족한 신뢰를 보완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남북 군사회담 이후 남북한은 군사적 신뢰구축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남북관계 차원의 냉전해체를 가속화해야, 비핵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남북관계가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하고, 불안정한 협상의 안전망 구실을 해야 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연철 인제대 교수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나아가 남-북-미 삼각관계만으로도 부족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한반도 질서 변화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과거의 대립적인 지역질서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냉전해체는 어렵다. 비핵화의 완성은 남-북-미 삼각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질서의 변화를 요구한다.

거대한 전환을 예고하며 역사의 기차가 출발했다. 아직은 삐걱거리지만 조금씩 속도를 낼 것이다. 지금처럼 구비를 돌 때마다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갈 길은 멀고 철로가 없는 곳도 있다. 가끔은 기차가 멈출 수도 있다. 과거처럼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리는 내려서 기차를 움직여야 한다. 자신의 동력으로 속도를 낼 때까지. 여러분 함께 밀어 볼까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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