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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의 파격…북, 53년만에 ‘해외 외교무대’ 전면에

등록 2018-05-11 21:58수정 2018-05-12 09:39

북미 정상회담 장소 싱가포르로
미 제안 수용, 4700㎞ 장거리 비행
김일성 1965년 반둥회의 뒤 처음
‘사회주의권 밖’ 국제외교 무대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세기의 담판’이 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정해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파격적 선택에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옛 사회주의권 밖으로 나가 국제 외교무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1965년 김일성 국가주석의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10돌 기념행사 참석 이후 53년 만이다.

“미국이 제안하고 북한이 수용했다. 북한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김 위원장의 자신감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을 이렇게 해석했다. 북한은 막판까지 평양 개최를 요구한 반면 싱가포르는 트럼프 행정부 참모진이 고집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평양 개최를 계속 선호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9일 방북 때 결국 김 위원장이 미국 쪽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로 평양에서 약 4700㎞ 떨어진 싱가포르에 합의한 것 자체가 대담한 파격이다. 싱가포르가 ‘중립지대’를 표방하고 북한과 외교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해도, 김 위원장의 이번 선택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를 빼고는 좀처럼 국외 방문길에 오르지 않았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약속했던 서울 방문도 끝내 하지 않았다. 반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좀 더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수십차례에 걸쳐 중국을 공식·비공식 방문했고 1984년에는 46일간 소련과 동유럽 8개국 순방에 나서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은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비동맹 국가회의(반둥회의) 1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국제 무대에 비교적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반둥회의의 경우 미국과 소련이 배제된 비동맹 국가들의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70년 동안 ‘적대 관계’였던 미국 정상과의 담판을 제3국에서 하기로 결심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중국 외에는 처음 국제사회에 데뷔하는 것으로, 정상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의 금융가 전경. 연합뉴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의 금융가 전경. 연합뉴스
사실 김 위원장의 파격은 이미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 지난 3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하면서 ‘은둔의 독재자’라는 굴레를 벗기 시작했고, 꼭 한달 뒤 판문점에서 거침없는 ‘김정은식’ 행보로 전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방남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회담 장소를 ‘양보’한 데는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통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장소 문제로 힘을 빼기보다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회담에 대한 진정성을 분명하게 하고, 회담 내용에 주력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준비만 잘해 가면 싱가포르에서 자신이 회담을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까지의 사전 접촉, 고위급 차원의 접촉 빈도, 최근 폼페이오-김정은 회담 장면을 볼 때 양쪽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양쪽이 일시적으로 윈윈 할 수 있는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평양 개최를 수용했을 경우 북한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상당한 양보를 더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덜 주고 덜 받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싱가포르가 북한으로서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싱가포르가 중립지대를 표방하는 아세안 국가라는 점”에 더해 “북한과 싱가포르의 관계가 상당히 좋은 편이고 미국도 남중국해 등 중국 포위라는 측면에서 아세안 포섭이 필요해 양쪽 모두 이해관계가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보다 앞서 1968년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하고 1975년에 공관을 개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 양쪽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유세 참석차 떠나기 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큰 성공(big success)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이 석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망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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