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려,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시정부성립을 축하하며 태극기를 든 채로 만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2019년부터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4월13일에서 4월11일로 바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99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최근 학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13일이 아니라 국호와 임시헌장을 제정하고 내각을 구성한 4월11일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11일로 수정해 기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989년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13일로 정하고 이듬해부터 해마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기념식을 진행해왔다. 임시정부에서 펴낸 <한일관계사료집> ‘4월13일조’ 부분에 “국내외 인민에게 정부 수립을 공포했다” 등의 내용을 참고해 지정한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4월13일은 임시정부 수립일이 아닌 ‘선포일’이라며 기념일을 4월11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 한국근현대사 연구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사학)는 당시의 언론 보도 등 여러 다른 사료들을 확인해 임정 수립일이 4월13일이 아닌 4월11일이라는 주장을 처음 내놨다. 이에 대해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 경찰이 만든 <조선민족운동연감>에도 임정 수립일이 4월13일로 기록됐다는 반론이 나오는 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한일관계사료집>이 임정의 공식 사료였기 때문에 보훈처 입장에서도 섣불리 기념일을 변경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박찬승 한양대 교수(사학)가 “<한일관계사료집>의 ‘4월13일조’ 부분은 여러 날에 걸친 일들이 함께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애초 한시준 교수가 제기한 4월11일 수립설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기록에 등장하는 ‘선포’, ‘선언’ 등에는 이미 수립한 임시정부의 존재를 ‘널리 알리자’ 정도의 뜻이 담겼을 뿐, 여러 사료를 토대로 분석해볼 때 임정 수립일은 4월11일이 맞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계의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보훈처는 지난해 관련 연구 용역을 맡겼고, 올해 초에는 학술회의를 여는 등 임정 수립일 변경을 검토해왔다. 학술회의 등에서도 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은 4월11일로 모아졌다. 보훈처는 ‘1937년 이후 4월11일에 임시정부 기념식이 수차례 열린 기록 등을 근거로 11일을 임시정부 수립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역사학계의 판단을 받아들여 이달 중으로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다.
‘4·11 임시정부 수립일’을 주장해온 박찬승 한양대 교수(사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 중요한 기념일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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