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선임기자
여기는 섭씨0도 평양입니다
섭씨 0도. 차가운 공기가 파고든다. 안개도 뿌옇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마라톤 동호인들이 함께 달리는 평양-남포 통일마라톤대회는 쌀쌀하고 뿌옇게 시작됐다.
24일 오전 10시. 남쪽 150명과 북쪽 50명 등 200여명의 남녀 달림이들이 평양 만경대구역 서산축구장 앞 광장을 출발해 남포 가는 길에서 돌아오는 21㎞ 하프코스를 달렸다.
남쪽 150명 북 50명… 하프코스
3년 전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11차례를 뛰었다. 하지만 평양 시가지를 달린다는 생각에 그 어느 대회보다 마음이 설렜다. 뛰면서 옆에 있는 북쪽 참가자에게 말을 붙여 본다. “자주 뛰십니까?” “운전수이기 때문에 자주 못 뜁네다.” 리철중(45)씨는 초반부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길 양옆에는 하얀 외벽의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있다. 궤도전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가끔 2층 버스도 보였다.
갈림골다리를 지나니 남포로 가는 청년영웅도로가 펼쳐졌다. 1996년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당국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동원해 이곳에 10차선 도로를 닦았다고 한다. 공사에 2년6개월이 걸렸는데, 젊은이들은 삽으로 땅을 파고, 돌을 멍에에 이고 이 넓은 도로를 건설했다고 했다.
순화강 다리를 지나면서 길 양쪽은 추수 뒤의 텅 빈 벌판으로 바뀌었다. 날씨는 맑게 갰다. 일부 구역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구경꾼이 더 많은 듯하다. 열심히 걷는 북한 시민들이 많다.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손자 손녀 할아버지 손 흔들고
‘남포 40㎞’ 이정표가 있는 지점(만경대구역 대평동)이 반환점이다. 52분10초 걸렸다.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졌다. 5㎞마다 있는 음료수대에는 생수와 중국 상표의 음료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반환점을 돈 뒤엔 반환점을 향해 달려오는 참가자들을 격려하며 달렸다. 어린 손자·손녀의 손을 잡은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멀리 서산축구장이 보였다. 결승점에 다가오니 먼저 도착한 달림이들이 ‘파이팅’을 외쳤다.
1시간43분25초. 만족스런 기록이다. 결승점 5㎞를 남기고 힘에 부쳐 길에 주저앉아 있던 북쪽 참가자의 손을 잡아주며 “통일하는 것이 이것보다 힘든데 손을 놓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는 유원진(49)씨는 “결승점을 지난 뒤 그 북한 참가자가 진하게 포옹했다. 이렇게 작은 통일이 모여 큰 통일이 될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남자 윤원성(1시간9분56초), 여자 장선옥(1시간29분19초)으로 모두 북한 쪽이 차지했다. 평양/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3년 전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11차례를 뛰었다. 하지만 평양 시가지를 달린다는 생각에 그 어느 대회보다 마음이 설렜다. 뛰면서 옆에 있는 북쪽 참가자에게 말을 붙여 본다. “자주 뛰십니까?” “운전수이기 때문에 자주 못 뜁네다.” 리철중(45)씨는 초반부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길 양옆에는 하얀 외벽의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있다. 궤도전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가끔 2층 버스도 보였다.
갈림골다리를 지나니 남포로 가는 청년영웅도로가 펼쳐졌다. 1996년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당국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동원해 이곳에 10차선 도로를 닦았다고 한다. 공사에 2년6개월이 걸렸는데, 젊은이들은 삽으로 땅을 파고, 돌을 멍에에 이고 이 넓은 도로를 건설했다고 했다.
평양~남포 통일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들이 24일 평양시내를 달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순화강 다리를 지나면서 길 양쪽은 추수 뒤의 텅 빈 벌판으로 바뀌었다. 날씨는 맑게 갰다. 일부 구역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구경꾼이 더 많은 듯하다. 열심히 걷는 북한 시민들이 많다.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손자 손녀 할아버지 손 흔들고
‘남포 40㎞’ 이정표가 있는 지점(만경대구역 대평동)이 반환점이다. 52분10초 걸렸다.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졌다. 5㎞마다 있는 음료수대에는 생수와 중국 상표의 음료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반환점을 돈 뒤엔 반환점을 향해 달려오는 참가자들을 격려하며 달렸다. 어린 손자·손녀의 손을 잡은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멀리 서산축구장이 보였다. 결승점에 다가오니 먼저 도착한 달림이들이 ‘파이팅’을 외쳤다.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 코스
1시간43분25초. 만족스런 기록이다. 결승점 5㎞를 남기고 힘에 부쳐 길에 주저앉아 있던 북쪽 참가자의 손을 잡아주며 “통일하는 것이 이것보다 힘든데 손을 놓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는 유원진(49)씨는 “결승점을 지난 뒤 그 북한 참가자가 진하게 포옹했다. 이렇게 작은 통일이 모여 큰 통일이 될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남자 윤원성(1시간9분56초), 여자 장선옥(1시간29분19초)으로 모두 북한 쪽이 차지했다. 평양/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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