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미소 지으며 악수하고 있다. 다낭/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2월 한-미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협의에 들어간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수순에 들어섰음을 한-중 정상 차원에서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정상회담은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독일 베를린에서 이뤄졌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국 간 ‘이견’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사드 갈등을 내비쳤다. 이번에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베트남 다낭에서 이뤄진 두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갈등이 ‘완전 봉인’되진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시 밝히고 “쌍방이 역사와 양국 관계, 그리고 양국 인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중 관계 개선의 의지도 적극적으로 함께 표현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10월31일 공개한 ‘양국 관계 개선 방안에 관한 발표 내용’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고도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이 “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천연의 파트너”라며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한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도록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이번 회담 내용은 크게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 및 시 주석의 답방 노력 △북핵 문제의 대화 및 평화적 해결 △각급 전략대화 강화 및 교류 확대 등으로 압축된다. 문 대통령의 12월 중국 방문 합의로 이 기간에 열릴 세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 복원 및 개선을 위한 좀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이 12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와 전략대화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원칙적 입장만 확인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북핵과 관련해 윤 수석은 두 정상이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전했고, 중국은 시 주석이 “3대 견지(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타협을 통한 해결)를 확인하고 한반도의 정세 완화와 한국의 대북 대화·접촉 재개, 화해 협력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한-중 전략대화도 “각급 차원에서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북핵 문제의 경우 중국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추진), 한국의 ‘대북 압박을 통한 협상’ 등 구체적인 해법과 로드맵 등을 둘러싼 한-중 정상 간 깊은 의견교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대화의 경우 한-중은 2013년 6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청와대 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사이의 고위급 전략대화 채널 개설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해 11월 첫 대화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이들 사안은 다음달 문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좀더 명확히 정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주석은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 맞춰 방한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 만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답방’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확답은 안 한 셈이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양국의 관계 복원을 선언한 이상 정치·경제·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드 문제가 여전히 한-중 관계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변곡점을 이룬 한-중 관계가 향후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박병수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다낭/김보협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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