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6시57분께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육군이 적 도발 원점 고려해 강력한 응징전력인 육군 지대지미사일 ‘현무-Ⅱ’ 탄도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이 15일 이른 아침 또다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불과 12일 만에, 미군 전략기지가 밀집한 괌을 사정거리로 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의 의도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등 핵·미사일 능력 완성을 위한 기술적 필요다. 이날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에만 3차례 화성-12형 시험발사에 나섰으나 발사 직후 폭발하는 등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5월14일과 8월29일 발사 때는 2천㎞대의 사거리를 성공적으로 날아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사를 놓고 볼 때, 몇차례 추가 시험 발사에 성공한다면 ‘실전배치’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도화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미국을 실제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 2371호를 통과시킨 직후 공화국 정부 성명(7일), 총참모부·전략군사령부 대변인 성명(8일) 등을 잇따라 내놓고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미국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특히 지난달 10일엔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대장이 직접 나서 미군 주요 기지가 밀집한 괌 주변에 화성-12형 4발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는 이른바 ‘괌도 포위타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김락겸 대장은 “우리가 발사하는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찌(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약 3700㎞임을 고려하면, 괌 타격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을 실증해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을 선제타격하면, 북도 괌을 보복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셋째, 이날 시험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신규 대북제재 결의(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불과 3일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특히 이번 제재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공급·수출되는 원유·정제유 총량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북이 도발을 지속하면, 추후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북한이 화성-12형 추가 도발에 나선 것은 이른바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반발임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이란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들이 정한 시간표대로 움직일 것이란 ‘마이 웨이’ 선언인 셈이다. 대북 압박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함으로써, 국제사회를 겨냥해 ‘제재 무용론’을 재차 강조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 안보리의 새 제재 결의 통과 직후 빠르게 치고 나옴으로써,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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