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차 핵실험…격랑의 한반도-
미 군사적 압박 나설 가능성
북 추가도발 강행 맞설 듯
더 강력한 대북제재엔 장기간 소요
“억지력 경쟁 벗어날 방안 고민을”
미 군사적 압박 나설 가능성
북 추가도발 강행 맞설 듯
더 강력한 대북제재엔 장기간 소요
“억지력 경쟁 벗어날 방안 고민을”
북한이 3일 전격적으로 6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여년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는 사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키워온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를 자임하고 나섰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해법을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이날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질타했다. 추가 대북제재 논의를 위한 유엔 안보리 회의도 곧 소집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미 사용 가능한 대북 제재카드를 사실상 모두 소진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잇따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자,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5일 북한산 석탄 수출 전면 금지를 포함해 북한의 수출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안보리가 신규 대북 제재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미국 쪽에서 강하게 주장해온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유력한 신규 제재카드로 벌써부터 거론된다. 하지만 북한 원유 수입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쪽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원유공급 중단으로 북이 급속도로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있는데다, 기존 안보리 결의에서도 “북한 인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원유공급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 쪽과 긴밀히 움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에 동의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벼르고 있지만, 이래저래 추가 제재 결의안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론 한·미를 중심으로 북의 도발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적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끝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유예했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도 높다.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해 B1B, B2, B-52 등 전략폭격기를 한꺼번에 배치하는 식으로 대북 군사적 압박조치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에 맞서 북은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동원해 괌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두차례 고각발사에 성공한 아이시비엠급 화성-14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는 것도 북이 꺼내들 수 있는 도발 카드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과 8월 경험했던 것처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다시 안보를 위협하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일종의 ‘억지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쪽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게 되면 북한도 억지력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추가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관성적인 대응방식이 아니라, 이 악순환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를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환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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