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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5차 핵실험의 5~6배 폭발력…히로시마 원폭의 3배

등록 2017-09-03 21:20수정 2017-09-03 22:22

역대 최대급…급격히 강력해진 위협

북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
4차 실험때 “첫 수소탄 실험”
5차 실험땐 “핵탄두 폭발실험”
이번엔 4·5차 실험 접목했다는 뜻

기상청 “5.7 규모 인공지진”
미 지질연구소는 “6.3 규모”
폭발력 100kt 이상일 가능성도

수소폭탄 정말 성공했나
방사선 핵종 검출땐 가능성 커
성공했다 해도 당장 사용은 의문
대기권 재진입 핵심기술 넘어야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3일 전격적으로 실시한 핵실험은 폭발위력이 역대 최대급이다. 기상청이 감지한 이날 인공지진은 규모 5.7로, 폭발 위력은 티엔티(TNT) 환산량으로 50~60㏏에 이른다.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폭(15㏏)보다 3배 이상 더 크며,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10kt)보다 5~6배나 큰 위력이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지진의 에너지 크기를 계산하는 모멘트 규모(MMS)로 보면, 이번 인공지진 규모 5.7은 지난해 9월 경주에서 일어난 자연지진(규모 5.8)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폭발력이 이보다 더 클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폭발 규모가 약 70㏏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또 미국 지질연구소는 이번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이 규모 6.3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에 따르면 폭발력은 100㏏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 군 전문가는 “연구소마다 조금씩 측정 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측정치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의 충격은 과거에는 감지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컸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과거 실험 때 충격이 감지되곤 했던 지린성 옌지(연길)와 백두산 천지 부근이나 창춘 등에서 8초가량 진동이 감지됐다고 보도했다. 풍계리에서 400㎞가량 떨어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인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 그랬는데 이번엔 진동이 느껴졌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풍계리에서 북동쪽으로 320㎞ 떨어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시민도 진동을 느꼈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 이미 “첫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엔 폭발위력이 6㏏에 그쳐 수소폭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증폭핵분열탄은 원자폭탄(핵분열탄)에서 수소폭탄(핵융합탄)으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의 핵폭탄이다. 또 지난해 9월 5차 실험 땐 “핵탄두 폭발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서 폭발실험을 했다는 것으로,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했다는 의미였다.

이번 6차 핵실험은 4차와 5차 핵실험을 접목했다는 의미를 띤다. 4차 때 실험한 수소폭탄을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탄두로 만들어 폭발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실험한 핵무기를 “2단 열핵무기”라고 밝혔다. 수소폭탄은 1차 핵분열을 일으킨 뒤 그 에너지로 2차 핵융합 반응을 촉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2단 열핵무기라는 표현은 이런 방식을 가리킨다. 핵실험에 앞서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방문 사실을 보도하면서, 땅콩 모양의 은색 수소폭탄 모형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북한이 둥근 원형의 핵탄두 모형을 공개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번에는 양쪽 귀퉁이가 도톰하게 생긴 모양이 분열과 융합의 2단 반응을 하도록 설계된 수소폭탄 표준형과 외양이 닮았다는 평가다.

이번 핵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폭탄인지는 예단할 수 없다. 정확한 판단은 핵실험 때 나오는 제논과 크립톤 등 방사선 핵종을 탐지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1차 핵실험 때를 제외하곤 방사선 핵종을 검출한 적이 없다. 군 전문가는 “폭발력 50㏏은 수소폭탄치곤 위력이 너무 적다. 그러나 핵물질의 양을 조절해 폭발력을 조절했을 수 있어 좀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 폭탄을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우주로 나갔던 미사일이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와 그 안에 있는 핵폭탄을 고열과 엄청난 진동,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재진입 기술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병수 이근영 선임기자, 전정윤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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