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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한반도 긴장 최고조 끌어올려 미국과 담판 노리나

등록 2017-08-10 21:27수정 2017-08-10 22:21

연이틀 ‘괌 미사일 사격’ 위협
유엔 제재·한미 훈련 이유들어
트럼프 겨냥 “망령 의사” 비난도
“미 언동 계속 주시” 계산된 위협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2371호)에 반발해 북한이 발표한 ‘정부 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가 지난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2371호)에 반발해 북한이 발표한 ‘정부 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가 지난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이틀 앤더슨공군기지를 포함해 미군 주요 군사기지가 밀집한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전날 전략군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낸 것과 달리 10일엔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대장 명의로 탄도미사일의 비행경로와 거리·시간, 탄착지점까지 거론하며 위협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북-미 간 전례를 찾기 힘든 ‘기싸움’이 불을 뿜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밝힌 ‘괌 포위사격’ 구상은 이례적으로 구체적이다. 김락겸 대장은 발표문에서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찌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사일을 발사한 뒤 측정값을 얻은 것처럼 세밀하게 예고한 것은, 미국을 향해 “한번 계산해보면 우리 말이 맞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탄착 지점을 괌 주변 30~40㎞ 해상으로 명시한 것은 영해가 아닌 공해상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위협을 하면서 내건 명분은 두가지다. 첫째,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전방위적인 제재와 군사적 위협 수위를 최대로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2371호)와 이달 21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은 ‘미군 통수권자의 정세방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한 망녕 의사(망령된 생각)’를 지적했다. 괌 포위사격은 휴가지에서 이른바 ‘화염과 분노’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에 맞선 대응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실제 괌을 향해 ‘화성-12’형을 발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미국령인 괌을 실제 위협한다면 미국도 당연히 이에 대응한 군사적 조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발표문의 마지막 문장을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쪽의 격한 반응이 지속되고, 다가오는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으로선 ‘괌 타격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일 필요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타격에 나서더라도 괌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2012년 12월 은하-3호 발사 때처럼 서해상을 통해 필리핀 쪽 공해상으로 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화성-12’형의 비행·타격 능력은 과시하면서도, 미국과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시험발사 때 고각발사를 했던 ‘화성-12’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성공적으로 비행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도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때 사거리가 추정치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이날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 최종 완성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 △발사 대기 태세에서 명령 대기 등의 일정을 제시했다. 시기에 따라 위협의 강도를 단계별로 쪼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특히 “역사적인 이번 괌도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거론하는 건 미국 쪽에 북한의 현실적 능력을 인정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라며 “파국 직전까지 상황을 끌고 가 북-미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겠지만, 자칫 실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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