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중 빅딜론-북 정권교체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중, 미 신뢰 안해 현실성 떨어지고
난민사태 등 우려 현상유지 원해
김정은 암살·내부분열 유도?
북 감시체계 촘촘해 실현성 의문
전문가들 “대북협상으로 풀어야” 하지만 ‘빅딜론’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뉴욕 타임스>도 “대다수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중국이 미국의 약속을 믿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전했다. ‘빅딜론’은 미-중 간 상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지난 4월 정상회담 이후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는 북핵·무역 문제 갈등으로 이미 냉랭해진 상태다.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분석관도 31일(현지시각) 전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해 매우 좌절하고 화가 나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간 신뢰 여부를 떠나 중국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현재로선 거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프로그램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대중 보복공격을 초래할 수도 있어 중국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북한 붕괴에 따른 대량 난민 발생 사태 등도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역량과 난맥상을 볼 때, ‘빅딜’을 성사시킬 능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 이전에 ‘미-중 빅딜론’이 떠돌 때 워싱턴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신경쓰지 마라. 트럼프 행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빅딜론’은) 한-미 동맹을 희생시켜서라도 북핵을 없애면 된다는 극단적이고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빅딜론’과 함께 ‘북한 정권 교체론’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빅딜론’이 중국에 의한 인위적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다면, ‘정권 교체론’은 미국 등 외부세력이나 북한 내부세력에 의한 암살·반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1990년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자연 붕괴론을 신봉했던 강경 보수 진영이,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 이후엔 ‘정권 교체론’으로 말을 갈아타고 있는 모양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선택지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교체론’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저강도 수준에서 북한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 ‘간보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0일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합의된 공식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여러차례 “북한 정권 교체 시도는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31일 “폼페이오 국장 등 일부 미 정부 관계자는 북한 정권 교체를 지지하지만, 국무부 관계자들은 내전과 혼란으로 넘어갈 위험이 커서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빅딜론’과 ‘정권교체론’ 같은 비현실적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건, 역으로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도 정책 대안이 없다는 좌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을 통한 접근을 외면한 채 나오는 이런 ‘탁상공론’은 되레 북핵과 한반도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빅딜론’처럼) 북핵과 한-미 동맹을 맞바꾸는 건 등가교환이 될 수 없고, 북한이 (아이시비엠 개발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군사적 대응도 더욱 어려워졌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협상을 이끌 인선작업부터 서둘러 마무리짓고, 북한과의 본격 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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