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북한의 ‘화성-14’형 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1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의 성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해 불명확한 표현이나 부적절한 답변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논란이 일었다.
임명 뒤 처음 열린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송 장관은 사드 발사대 ‘임시 배치’의 의미를 묻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너무 빨리 넘어 사드를 임시 배치하고 (이후)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완전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8일 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레드라인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표현을 썼다. ‘레드라인’ 건너편에는 사실상 군사적 대응밖에 없다는 점에서, 송 장관의 “넘었다”는 답변을 두고 정부 판단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레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이 무엇이냐”고 설명을 요구했고, 송 장관은 “(우리가)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고, 외교적 수사로서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가 (미국에) 도달할 위험이 있기에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국제사회에서 판단했다”며 톤을 누그러뜨렸다.
송 장관은 또 “사드 임시 배치를 국민이 불안해하면 재고할 수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 뒤 사드 배치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가 여당 의원들의 재확인 요구 등을 받고는 “경북 성주에서 다른 데로 옮긴다는 게 아니라 (골프장 내에서) 위치 조정을 한다는 뜻”이라고 말을 주워담았다.
한편 송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에게 사드 임시 배치를 건의했다고 밝히며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무해성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전자파가 신기하게도 아예 검측이 안 됐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자, 송 장관은 “대단히 정확한 지적으로 옳은 말씀”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명확히 공개해 전자파 괴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송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 대통령께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안보를 위해 환경을 희생할 수 있느냐”(김동철 국민의당 의원)는 질문에는 “급박한 상황이면 환경이 희생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28일) 오전까지만 해도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하지 않겠다”던 정부 입장이 15시간여 만에 뒤집어진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송 장관은 “발사하는 시간은 우리가 아닌 김정은이 정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2주 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것이다. (사드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송 장관을 거들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눈앞의 안보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지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이철희 의원은 “사드 배치로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그런 게 바로 무기의 정치화”라며 전략자산을 다루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김남일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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