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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문 대통령 취임 보름 지나도록 ‘사드 4기’ 보고 누락 왜?

등록 2017-05-30 21:36수정 2017-05-31 09:58

김관진 전 실장·한 국방 보고 안해
국방부 업무보고하면서도 누락
문 대통령 ‘깜깜이 외교’ 한 셈
한민구 국방 등 직무유기 혐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4기가 국내에 비공개 반입돼 있다는 사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3주 가까이 돼서야 문재인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드 문제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대형 외교 사안이고 대선 국면에서도 뜨거운 쟁점이었던 데 비춰, 이런 늑장 보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30일 청와대 설명을 들어보면,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국내 반입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전날인 29일이다.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런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10일 취임하고 19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과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해 ‘사드 외교’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있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모른 채 ‘깜깜이 외교’를 한 셈이 됐다.

국방부는 늑장 보고의 따가운 시선에 억울해하면서도 적극 해명은 삼가고 있다. 자칫 청와대와 책임 떠넘기기 공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애초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돼 있다’는 사실은 지난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첫 국방부 현안보고를 할 때 보고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정 실장이 21일 임명되기 전에는 청와대 진용이 정비되지 않아 보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이 26일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즉각 반박하자, 국방부는 “더 할 말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늑장 보고의 배경에 대해선 국방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화살을 돌리는 시각이 많다. 대형 현안인 사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9일이 되도록 보고하지 않은 것은, 경위야 어떻든 국방부의 직무유기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김관진 전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어느 쪽에서도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의 분위기가 강하게 읽힌다. 사드 도입을 주도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21일 정의용 안보실장 임명 전까지 열흘 동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하면서도 아무런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 한민구 장관 역시 지난 14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나 지난 17일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 등 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25일에는 국방부 실무자들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사드 발사대의 추가 국내 반입을 전혀 보고하지 않아 의도적인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방부가 5·9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서둘러 배치를 강행하며 대못 박기를 한 것에 대한 새 정부의 비판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30일 오후 하늘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성주에 배치된 사드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성주/연합뉴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30일 오후 하늘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성주에 배치된 사드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성주/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가 향후 어떤 파장을 낳을지 속단하긴 이르다. 청와대도 이번 조사의 범위나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국방부 주변에선 이번 조사가 향후 국방개혁까지 시야에 넣고 진행되는 ‘국방부 길들이기’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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