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나의 관심은 대북 적대심과는 관계가 없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적 배경 때문에 북한 주민에 대해 강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이태식 주미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이 대사가 전했다. 이는 ‘폭군’ 언급으로 인한 북한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매우 적극적인 대북 유화발언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포함해 모든 걸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내 생각이란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내가 대북 군사공격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등 잘못 이해된 부분이 많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이 대사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협력해 두 나라의 동맹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번 방한에서 노 대통령과 한-미 동맹 강화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 브리핑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같이 폐쇄된 나라의 경우 우리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고, 우리가 아는 것도 상당히 제한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것이 북핵 6자회담을 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의혹을 내세워 북한을 몰아붙이던 자세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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