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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외국인 동원 ‘조직적 암살’ 정황…북 여권 써 신원노출 ‘의문’

등록 2017-02-19 21:07수정 2017-02-20 00:21

‘김정남 피살’ 경찰 수사발표 뒤 남는 의문점
말레이시아 경찰이 파악한 북한 국적의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들. 홍성학(왼쪽 위), 오종길(오른쪽 위), 리지현(왼쪽 아래), 리재남(오른쪽 아래). 사진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파악한 북한 국적의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들. 홍성학(왼쪽 위), 오종길(오른쪽 위), 리지현(왼쪽 아래), 리재남(오른쪽 아래). 사진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북한 국적인 리정철(47)이 체포된 데 이어, 주요 남성 용의자가 모두 북한 국적자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 드리워진 북한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과 북한의 연계성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 태도이고,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전문요원의 범행으로 보기엔 아귀가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관련기사: “북한 국적 용의자 4명, 17일 평양 도착”…외신들 보도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차장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붙잡힌 리정철 외에) 사건이 발생한 13일 출국한 주요 용의자 4명도 모두 북한 국적자”라며 “사건과 관련해 ‘제임스’란 별칭을 사용하는 북한 국적자 리지우(30)를 참고인으로 조사 중이고, 신원 미상의 남성 2명도 추가로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현지 일간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날 경찰 고위 소식통의 말을 따 “체포된 리정철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으로 보이며, 리정철과 이번 사건의 연계성을 입증할 강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리정철이 살던 집은 “북 정찰총국의 안가”라고도 했다.

공항서 범행·독극물 사용 등
관심 집중돼 사건 휘발성 높여

북 연루 질문에 말레이 당국 신중
국적만 확인해준채 “추정 않는다”

현지 언론 “리정철 정찰총국 요원”
참고인 리지우 별칭은 ‘제임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 배후설’에 여전히 신중하다. 이브라힘 차장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연루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용의자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은 확인했다”면서도 “추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사건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남을 조용히 암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북한이 전문 암살 요원 대신 굳이 어설픈 외국 여성 2명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범행 장소로 도처에 폐회로카메라(CCTV)가 설치된 공항을 선택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 스타> 등 현지 매체는 경찰 소식통의 말을 따 “수많은 폐회로카메라만 아니었으면 완벽한 범행이 될 뻔했다”고 전했다.

범행 수단으로 독극물을 사용한 것도 ‘은밀한 처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으론 검출이 어려운 새 독극물을 사용해 ‘완전범죄’를 노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용이 공개돼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되레 사건의 폭발성만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력 용의자 전원이 북한 여권을 사용해 추적을 쉽게 만든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이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요원이라 신분 노출을 피해 도주하려 했다면, 얼마든지 위조 여권을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주 노동자’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등록해 공개된 신분인 리정철을 범행에 가담시킨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지 언론의 보도처럼 리정철이 ‘북 정찰총국 요원’이라면, 관련자들이 체포된 이후에도 그가 도주하지 않고 가족과 살던 집에 머물다 체포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매우 이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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