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겨레하나와 평화나비네트워크, 희망나비 등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가서명 상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국무회의 통과를 반대하는 24시간 긴급행동을 시작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23일 정식 체결할 계획이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정치적 위기 모면에 이용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21일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내일(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대로 바로 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서명은 23일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22일 오전 국무회의는 애초 박 대통령이 주재할 계획이었으나,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하자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페루 리마)에 참석하고 22일 오후에나 귀국할 예정이라, 그 다음 순위 국무위원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박 대통령이 협정을 통해 외국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면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뜨리는 불장난임을 명심해야 한다. 들불처럼 번지는 민심을 활화산처럼 폭발시킬 졸속 협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협정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을 위한 국방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여야 협의가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야 3당은 3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2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협정 체결을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서명은 한민구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하기로 했다. 협정은 서명 뒤 상대국에 서면으로 통보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서면 통보는 양국이 협정 발효를 위한 법적 요건이 중촉됐음을 외교 경로로 상대국에 알리는 절차다.
이번 협정은 국방부가 10월27일 “일본과 정보보호협정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뒤 한 달도 채 안 돼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협정을 강행했다. 여론도 한국갤럽 조사(18일 발표)를 보면 반대가 59%로, 찬성(31%)의 두배 가까이 된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불안한 정국이 이번 협정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쨌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일·한이 협력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로선 협정의 조기 체결 등 일·한의 안전보장을 더 한층 추진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한국도 그런 가운데 (이번 협정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명을 한국은 장관이, 일본은 대사가 하게 된 것에 대해선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대사는 특명전권대사로 외교적으로 파견국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이기 때문에 접수국가의 협정에 서명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다”며 “2012년 6월에는 일본의 외무상과 주일 한국대사가 서명하기로 한 전례도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이세영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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