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성주 배치’ 발표의 궤변
사드 최대 사거리 200km 평택까지
인구 집중된 서울·경기 보호 못해
13일 오후 사드 유력 배치지역인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입구의 모습. 성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방부가 13일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드가 성주 지역에 배치되면 서울·수도권은 사드의 방공 범위에서 벗어나는 반면, 미군 핵심시설은 대부분 방공 범위에 들어간다. 사드 배치가 결국은 주한미군 방어용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3시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미 공동실무단은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지역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양국 국방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류 실장은 “내년 말 사드 배치를 목표로 하되 노력을 좀더 배가해 빠른 시기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지역 발표는 지난 8일 “국내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 이후 닷새 만이고, 2월 한·미 간 사드 배치 관련 협의를 공식 시작한 이후 다섯달 만이다. 류 실장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범위에 대해 △한국의 2분의 1 ~ 3분의 2 지역의 국민 △원자력발전소·저유시설 등 국가 중요 시설 △한-미 동맹의 군사력 등을 꼽았다. 그러나 서울·수도권은 휴전선과 가까워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는 데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실제 성주에서 사드의 최대 사거리로 알려진 200㎞의 북쪽 한계는 평택 바로 위쪽이다. 따라서 이번에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사드 1개 포대를 더 북쪽으로 올려 배치하지 않는 한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국가 핵심 기반시설이 있는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보호 범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성주에서 200㎞ 반경 안에는 평택·오산, 군산, 대구, 칠곡 등 주한미군 시설이 대부분 들어 있다. 한국군 시설도 육해공군 본부가 몰려 있는 계룡대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한국군 주력은 주로 전방에 전개돼 있다. 결국 ‘사드 성주 배치’ 결정은 애초부터 사드를 주한미군 방어용으로 상정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을 살 만한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무기 체계를 들여오려고, 동북아의 전략지형에 질적 변화를 초래할지도 모를 중국·러시아 등과의 외교·군사적 갈등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드의) 방어 범위에 인구 2500만명의 수도권을 빼고 미군기지를 우선 넣는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우리 국민이 아닌 미군을 위해 배치가 추진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제 와서 수도권 방어가 안 되는데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민에게 해온 얘기와 다르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후보지로 수도권은 애초부터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제승 실장은 “사드 배치 부지 후보지로 10여곳을 검토했지만 경기 평택이나 강원 원주, 충북 음성, 경북 칠곡 등은 (애초부터)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거론된 수도권 인근 지역은 애초부터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드가 수도권 방공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진작부터 했음을 뜻한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1999년 5월 미 의회의 요청으로 작성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미사일방어(TMD) 구성 옵션 관련 의회 보고서’에서 “사드와 같은 대기권·외기권 상층 방어 체계는 대기권의 최저 요격 가능 고도가 높아 (휴전선과 가까운 서울 등) 한국 북부지역을 공격하는 위협(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일찍부터 사드로 수도권 방어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은 이번 사드 도입이 미국의 주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한국 군 당국으로서는 서울·수도권 비중이 높은 국내 환경상 수도권 보호도 하지 못하는 무기를 외교적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들여오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외교·군사 갈등 및 경제협력 훼손 위험도 한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보호하고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와 집결되는 대구 등 주요 군사 거점이 보호되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한·중 사이를 벌려 한국의 ‘중국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한국의 사드 한국 배치를 견결히 반대하며, 미·한이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중국은 우리 자신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견결히 취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송경화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uh@hani.co.kr[관련 영상] 김종인과 서청원, ‘올드보이 딜레마’/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