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결정 발표 과정에서 국방부는 불과 며칠 사이에 입장이 급변했다. 청와대가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방부는 며칠 전까지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 배치 지역이 거론되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한·미 공동실무단이 협의 중이며 아직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다. 사실과는 다른, 정확하지 않은 보도”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을 땐 “(사드 배치 협의가) 금년 내로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장기간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을 내비쳤다. 이런 태도가 불과 사흘 만에 뒤바뀐 것이다.
이번 발표도 부랴부랴 졸속으로 추진한 혐의가 짙다. 국방부가 ‘8일 사드와 관련한 설명을 하겠다’고 통보한 건 하루 전인 7일 오후였다. ‘8일과 11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등을 상대로 사드 관련 설명회를 하겠다’는 통보도 7일 저녁 늦게 이뤄졌다.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에 대해 언론에 미리 설명하며 협조를 구하던 평소와 달리 쫓기듯 서두른 것이다.
한민구 장관이 8일 오전 발표에 앞서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깜짝 통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방부가 언론에 발표하기 직전에 찾아와서 결정을 전달한 것에 매우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번 발표 과정에 국방부의 계획보다는 ‘다른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오늘(8일) 한민구 장관을 만났더니, ‘이번 발표는 국방부의 결정이 아니라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긴급히 결정했다’고 털어놓았다”며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2월 한·미 공식 협의 착수를 발표한 이래 국방부는 주무부처로서의 모든 협의와 논의를 주도했다”고 반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엄지원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