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사 두발 중 한발 고도 1000㎞, 사거리 400㎞ 비행
일 방위상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일정한 기능 갖췄음을 보여줘”
한국 합참 “한·미가 추가 분석 중” 성공 여부 공식 판단 유보
일 방위상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일정한 기능 갖췄음을 보여줘”
한국 합참 “한·미가 추가 분석 중” 성공 여부 공식 판단 유보
북한이 22일 발사한 무수단 추정 미사일이 고도 1000㎞, 사거리 400㎞를 비행한 것은 북한의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북한은 4월15~5월31일 사이에 무수단 추정 미사일을 4차례 발사했으나 모두 공중 폭발하거나 얼마 날지 못하고 해상에 떨어지는 등 실패했다. 반면 이날 두차례 발사 가운데 통산 6번째에 해당하는 발사로 400㎞를 난 것은 북한이 그동안의 발사 실패를 통해 무수단의 기술적 결함을 상당히 보완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발사를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두번째 발사된 미사일과 관련해 “무수단이 중거리탄도미사일로 일정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인식한다”고 답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도 두번째 미사일의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 “한·미가 추가 분석 중”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관련국 군 당국이 이처럼 평가에 신중한 것은 이번 발사가 정상적인 궤도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이날 두번째 발사에서 무수단은 400㎞ 비행에 그쳤다. 성공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게 날았다. 그렇지만 고도 1000㎞를 넘게 높이 비행한 사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 발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정상 각도로 발사된 미사일은 사거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고도를 갖는다. 정상 각도 발사 때 사거리 400㎞면 고도는 100~130㎞ 정도다. 그러나 고도를 일부러 1000㎞ 이상으로 높여 고각 발사를 했다면 무수단이 400㎞를 비행하는 데 그쳤다고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사거리 400㎞ 비행이면 중간에 떨어진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고도가 1000㎞ 이상 날아 올랐기 때문에 그 정도(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수단 발사는 북한의 재진입 기술 능력과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군 당국의 분석 결과 이번에 무수단이 고도 1000㎞ 이상 올라간 뒤 정상적으로 탄착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군 당국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의 재진입 기술은 확보했지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북한은 지난 3월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을 공개하며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발사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이 무수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추가 발사 시험이 필요하다. 군 당국자는 “통상 미사일은 여러 차례 발사 성공을 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두번 성공만으로 군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미사일이 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의 거듭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각각 ‘대변인 논평’과 ‘논평’을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의 사용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한 규탄”과 함께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계속적인 핵·미사일 도발은 그간 수차례에 걸친 대화 제의가 얼마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지를 국제사회에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일본 정부는 야치 쇼타로 안전보장국장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 도쿄/이용인 길윤형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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