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3일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뒤 “대성공”을 거뒀다며 당·군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환호하고 있다. 북한은 24일치 ‘노동신문‘ 1~2면에 걸쳐 에스엘비엠 발사 관련 사진 26장을 컬러 화보로 실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3일 오후 6시30분께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1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비행거리 30㎞로 에스엘비엠 최소 사거리 30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미군 전략사령부는 “북미(미국)에 위협을 주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지도로 “대성공”을 거뒀다고 24일 주장했다. 한국·미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국제사회의 대응 협의에 나섰다. 5월7일께 열리리라 예상되는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당대회 즈음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하리라는 전망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 빠르게 향상되는 북한의 SLBM 능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이번 발사는 “최대 발사 심도에서의 탄도탄 랭발사(콜드 론치: 수중 발사 뒤 수면 위에서 점화·비행시키는 방식) 체계 안정성과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발동기(고출력 고체엔진)를 이용한… 설정된 고도에서 전투부(탄두) 핵기폭장치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요구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고 보도했다. 북쪽이 의도한 발사 목적은 충족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에스엘비엠 발사는 지난해 5·11·12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5월 첫 사출시험 때 150m를 비행한 데 비춰보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24일 “수중 사출 능력 등에서 일부 기술적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미 군당국이 북한의 이번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결과를 평가절하하면서도 “실패”라고 공식 규정하지 않은 배경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에스엘비엠 전력화(실전 배치)에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나, 그들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그보다 이른 시기에 전력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 북, 왜 자꾸 쏘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에만도 노동(3월18일)·무수단(4월15일)·에스엘비엠(4월23일) 등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쏘고 있다. 세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핵공격 수단을 끊임없이 강화”하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른 군사기술적 성능 개선용 시험발사로 볼 수 있다. 둘째, “남조선 괴뢰들과 미제의 뒤통수에 아무 때나 마음먹은 대로 멸적의 비수를 꽂을 수 있게 됐다”(김정은 제1비서)는 식의, 당대회 분위기 고조용 국내 선전 효과를 노린 ‘군사강국’ 주장의 근거 마련이다. 셋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대외용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다.
■ 5차 핵실험까지 치닫나? 정부는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핵실험 임박 징후’라 할 풍계리 핵실험장의 장비·인력 철수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실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전망도 만만찮다. 지난 1~2월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석달여 만에 추가 핵실험으로 얻을 수 있는 대내외 정치적 효과가 크지 않고, 4차 때와 군사기술적으로 차별화된 핵실험을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등이 판단의 근거로 거론된다.
■ 한·미 대응 협의 미국 국무부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행위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한국 정부는 24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리 등에서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한편 대북 제재·압박 노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무수단 발사 직후 ‘언론성명’을 발표한 점에 비춰, 언론성명 또는 그보다 격이 높은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제훈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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