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원산 인근 동해안 지역에서 무수단(BM-25)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무수단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결의 2270호 위반이어서 한·미 정부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예상된다. 북한 당국은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이날 무수단 발사 및 실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북한이 실패 원인 등을 점검한 뒤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리라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늘 새벽 5시30분께 원산 인근 동해안에서 중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중거리미사일은 사거리 3000~4000㎞로 추정되는 무수단뿐이다. 무수단은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자세 제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국방 당국자도 “전략사령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추적해, 발사 실패로 평가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북한이 무수단을 처음 공개한 때는 2010년 10월이지만 실전 배치는 이보다 앞선 2007년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단 한차례도 발사한 사례가 없어서 실제 성능은 미지수였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발사는 그 연장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지난 1일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3발 발사 뒤 14일 만이다. 앞서 북한은 연초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 뒤 지난달부터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300㎜ 방사포 등을 잇따라 발사했다.
북한의 무수단 첫 발사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커드(사거리 300~700㎞)와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은 여러 차례 발사 성공으로 성능이 확인됐지만, 작전 반경은 한반도와 일본으로 제한돼 있다. 북한이 이번에 무수단 발사 성공을 통해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발사 실패로 오히려 미사일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북한의 액체연료 미사일 기술은 크게 옛 소련의 ‘R-17’(스커드-B) 미사일 계열과 ‘R-27’(SS-N-6) 미사일 계열 두 종류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R-17 계열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등 주로 단거리용으로 모두 발사 성공이 확인됐다. 2012년 12월과 올해 2월7일 발사 성공한 ‘은하 시리즈’도 노동미사일 4개를 묶어 1단 추진체를 구성한 만큼 R-17 계열로 분류된다. 그러나 R-17은 1950년대 개발된 낡은 모델로 성능이 제한적이다.
반면 애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개발된 R-27은 이보다 훨씬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무수단에는 R-27 기술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과 KN-14에는 R-27의 엔진 ‘4D10’ 2기가 장착된 것으로 분석된다. 스커드·노동 등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엔 R-17 기술을, 무수단·KN-08 등 사거리가 긴 미사일에는 R-27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발사 실패로 한 단계 앞선 R-27 기술에 아직 미숙함을 드러낸 셈이 됐다. 당연히 미국 본토 타격용으로 설계된 KN-08이나 KN-14의 실전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를 비판했다. 관영 <신화통신> 영문판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경솔하고 현명하지 못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사일 발사 시도는 비록 실패했지만, 만약 통제되지 않는다면 최근의 잇따른 무력 시위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갈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에 관한 것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하므로 우리는 관련 각국이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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