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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3명이 사라졌다 돌아오니, 다른 13명이 사라지더라”

등록 2016-04-11 19:53수정 2016-04-11 22:14

11일 밤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 ‘류경’을 골목 맞은편 2층 카페에서 내려다보니 안에 불이 켜진 창이 있다. 그러나 문을 두드려도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11일 밤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 ‘류경’을 골목 맞은편 2층 카페에서 내려다보니 안에 불이 켜진 창이 있다. 그러나 문을 두드려도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중 닝보 류경식당 가보니

인턴 조리사였던 중 대학생
“북 직원 21~22명
일부는 아직 닝보에 있어
중국인 사장 공안 불려다녀”
“북한 종업원들이 우리한테 잘해줬다. 중국인 사장이 사준 한국 화장품을 자기가 쓰지 않고 주기도 했다. 주방에 같이 있었던 제제(언니)와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11일 오후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 ‘류경’ 앞에서 만난 지역의 중국인 대학생 ㅊ씨는 한달가량 같이 일했던 북한 종업원들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요리를 전공하는 그는 이 식당에서 ‘인턴 조리사’로 일했다. 그는 “북한 직원들은 21~22명이었다”며 “지배인 1명이 단장 구실을 했고, 감시를 맡은 남자가 또 있었다. 나머지는 다 20대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주방 2명을 빼고는 모두 홀 서빙과 점심·저녁 때 30분씩 진행하는 공연을 맡았다. 그는 “이들이 예전에 둥베이(중국 동북지방)에서 일하다 다 같이 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ㅊ씨는 종업원들의 ‘탈출’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애초 종업원 3명이 먼저 사라졌는데 정작 이들은 돌아왔다. 오히려 이들을 찾아 나섰던 지배인과 다른 이들이 없어졌다”며, 돌아온 3명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은 아직 닝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ㅊ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청명절(4일) 연휴 뒤 출근했는데, 지배인이 갑자기 부산을 떨면서 ‘여권은 있어?’ 하며 주위를 채근하는 걸 들었다. 하지만 결국은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며 “종업원들은 중국어시험 1등 상품으로 사장에게 받은 금목걸이를 포함해 귀중품은 모두 가지고 갔다”고 전했다. 류경과 마주한 카페 관계자는 “5일 갑자기 영업을 중단했는데 그날 저녁은 불이 켜져 있었다”며 “그러나 그다음날부터는 저녁에도 불을 켜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경은 닝보 지역에 처음 들어선 북한식당으로, 북한 출신 종업원들을 특색으로 내세웠을 뿐 북한요리보다 중국요리를 내세운 고급 식당이었다. ㅊ씨는 주방 인원 약 15명 가운데 북한 출신은 냉면 담당과 빈대떡 담당 2명뿐이었다고 전했다. 닝보의 한 한국식당 쪽은 “류경은 한국 교민이나 관광객보다는 중국 손님을 상대로 했다”고 말했다. 류경에서 식사를 해본 적이 있다는 20대 중국인 남성은 “닝보식 중국음식 위주였는데, 간단한 세트 메뉴가 200~400위안(3만5천~7만원)으로 중국식당치고는 너무 비싼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ㅊ씨는 종업원들의 ‘탈출’ 배경에 대해 “경제적 원인이었을 것 같다”며 “식당 운영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평소 서너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 카페 주인은 “류경은 그 흔한 개업 이벤트나 광고 같은 것도 한 번 안 했는데, 그래도 손님이 꽤 오는 편이었다”고 했다. ㅊ씨도 연말과 새해, 춘절(음력설) 등 시기엔 식당 내 약 40개 테이블 가운데 서른 개 이상이 들어찼다고 했다. 중국 공상국 자료를 보면, 류경은 지난해 8월 등록했지만 주변 이야기로는 지난해 말~올해 초에야 실질적인 개업을 했다고 한다. 이 식당의 영업 부진이 북한의 4차 핵실험(1월6일) 및 로켓 발사(2월7일)나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한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2월10일)와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 출신 종업원들이 경영 부진에 의한 압박을 직접 받았을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인 업주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ㅊ씨는 “종업원들은 중국인 사장으로부터 4000위안(약 70만원)씩 월급을 받았으며 그중에 3000위안은 북한 당국에 보내고 1000위안은 본인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ㅊ씨에게 ‘북한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건 아니었느냐’고 묻자, 그는 “특별히 싸운 일은 없었다. 다만, 종업원들이 사라졌던 날 지배인과 중국인 사장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을 뿐”이라며 “사장은 이번 일로 공안 등 여기저기 당국에 불려다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종업원들은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ㅊ씨는 “종업원들은 4~5명이 함께 다닐 때만 외출이 허용됐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웃 카페 주인은 “전통의상(한복)을 입고 밖에 나와 손님들을 상대로 호객을 하는 2명을 빼면 아침에 출근해 저녁 퇴근 때까지 식당 밖에 나오는 경우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ㅊ씨는 “종업원들은 지배인 등으로부터 이런저런 일로 혼나는 경우가 잦았다”며 엄격한 규율 아래 생활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닝보/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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