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UN 대북 제재 변수로
러 “미·중 50일 걸려 만든 걸
우린 왜 하루 이틀만 주나”
러 외무장관 미 국무장관에게
“북핵 지원 차단에 초점 맞춰야지
민간경제 해끼치면 안돼” 통화
북-러 경제협력 악영향 판단한 듯
러, 북 철도·정유공장 현대화 추진
러 “미·중 50일 걸려 만든 걸
우린 왜 하루 이틀만 주나”
러 외무장관 미 국무장관에게
“북핵 지원 차단에 초점 맞춰야지
민간경제 해끼치면 안돼” 통화
북-러 경제협력 악영향 판단한 듯
러, 북 철도·정유공장 현대화 추진
러시아가 미국-중국이 합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초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종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아 변수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미국 양국 정부가 바라던 ‘이달 안 결의안 채택’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 초안의 내용 수정을 요구할 경우, 미·중·러 3자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결의안 채택 과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어서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불가능하다.
유엔 고위 소식통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는 ‘(미-중이) 50일 가까이 걸려서 합의한 것을 왜 우리한테는 하루 이틀만 (문안 검토) 시간을 주느냐’고 얘기하고 있다”며 “지금 분위기로는 안보리 채택이 3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볼 때 결의안은 일러야 29일, 늦으면 주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표트르 일리초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지난주 대북 제재안 표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주”라고 답했다.
유엔 고위 소식통은 러시아가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이유와 관련해 “(미-중 사이에서만 합의한 것에 대해) 러시아가 불만이 있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며 “실제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불만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안보리 결의 초안이 회람된 25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외무부 검토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해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이런 내부 검토를 토대로 결의 초안 내용을 수정하자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북한의 어려운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해 민간경제 분야에서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사이의 정당한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의 <타스 통신>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호해야 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 채널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런 발언에 비춰볼 때, 러시아 정부가 안보리 결의 초안의 일부 대북제재 조항이 북-러 경제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이런 행보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기 북·러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원만하다는 점이 작용했을 수 있다. 북·러 양국은 지난해 3월 ‘친선의 해’를 선포하는 등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북·러 경제협력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북·러 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의 정유공장 현대화 등이 포함된 ‘북-러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의정서’ 등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 러시아 전력의 북한 동북지역과 나선(나진·선봉)시 공급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3년 9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54㎞ 철도가 개통됐다. 절대 규모는 북·중 무역에 현저히 뒤처지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제2교역국이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의 ‘북한 대외무역 동향’을 보면, 2014년 북·러 무역 총액은 9234만달러로 북한 전체 대외 무역의 1.2%였다. 아울러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노동자 4만7000여명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추정인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는 러시아가 중국(1만9000명)의 2.47배나 된다고 보고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북·중 국경무역과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 북한의 의류 수출을 규제 대상에 넣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며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서, 북한의 로켓 발사가 “미·중 협상의 전환점(터닝포인트)이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김진철 이제훈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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