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임진각 입구 도로에서 11일 오후 북한 개성공단의 화물을 가득 싣고 내려온 트럭을 기업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금강산관광 중단때와 비견
이번엔 ‘자산 몰수 아닌 동결’
남북 선택따라 반전 여지도 있어
개성공단 영구 폐쇄땐
북한군 재배치 가능성 높아
국가 안보+경제위기 치달아
이번엔 ‘자산 몰수 아닌 동결’
남북 선택따라 반전 여지도 있어
개성공단 영구 폐쇄땐
북한군 재배치 가능성 높아
국가 안보+경제위기 치달아
남북관계가 극단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견인한다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처를 취하자, 북쪽이 남쪽 인력 추방과 공단의 남쪽 자산 동결, 공단 폐쇄 조처로 맞받았다. 남북 당국의 출구 없는 힘겨루기 와중에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질 지경이다.
북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발표한 ‘중대조처’는 개성공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쪽은 남북 사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 창구도 폐쇄한다고 밝혔다. 교류협력은커녕 남북 사이 비상 연락 창구마저 닫히는 셈이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15일 시범단지 가동 이래 2008년 12월1일 북쪽의 ‘12·1 조처’로 이듬해 9월1일까지 파행 운영된 적이 있고, 북쪽의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4월8일 북쪽 노동자 철수 조처와 남쪽의 가동 중단 방침이 맞서 165일간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북쪽은 남쪽 인력을 모두 추방하거나 공단을 폐쇄하진 않았다. 북쪽은 2013년 2월 내각 기관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가 나서 “개성공단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군사지역으로 다시 만들겠다”고 했지만 엄포일 뿐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상황이 전과 완전히 다르다.
남북관계사에서 이번 사태에 비견할 만한 사례는 금강산관광사업 정도뿐이다. 북쪽은 2008년 7월11일 금강산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관광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2009년 8월17일),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 제의(2010년 1월14일) 등 거듭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처 전후로 남쪽 자산 동결·몰수, 남쪽 인력 순차 추방 등의 조처를 취하다 2011년 8월23일 남쪽 인력을 전원 추방했다. 현재 금강산관광지구 남쪽 자산은 정부·공기업 재산은 몰수, 현대아산 등 민간기업 재산은 동결 상태다.
금강산관광 중단 사태의 전개 과정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더불어 앞날을 가늠할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금강산관광 중단 사태는 남쪽의 관광 중단 조처부터 북쪽의 남쪽 인력 전원 추방까지 3년1개월12일이 걸렸다. 개성공단은 남쪽의 전면 중단 통보 하루 만에 북쪽이 전원 추방으로 맞받았다. 금강산관광 중단이 북쪽의 잘못 탓인데다 전적으로 남북 간 현안이라면, 이번 사태는 북쪽의 자위권·주권적 행위(핵실험·로켓발사) 주장과 남쪽의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선도하려는 “뼈를 깎는 결단”(개성공단 전면중단) 주장이 평행선을 긋는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훨씬 어렵다.
희망의 실마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북쪽이 개성공단 남쪽 자산에 대해 ‘몰수’가 아닌 ‘동결’ 조처를 취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2013년 8·14 남북 합의를 파기한 주체가 남쪽 당국임을 주장하며 구상권을 행사하려는 조처의 성격을 지닌다. 다른 한편 ‘몰수’가 아닌 ‘가압류’이므로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남북 당국의 선택에 따라선 반전의 디딤돌이 될 여지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남북 당국이 힘겨루기를 계속해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된다면 그 자리에 북쪽 인민군 부대가 다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쟁 당시 북쪽 인민군의 주침공로인 서부전선의 ‘평화적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치는 세 나라(한국·대만·이스라엘)의 하나로, 북한의 위협을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통제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성공단 영구 폐쇄는 한국에 안보 위기는 물론 경제 위기까지 몰아올 수 있는 복합 위험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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