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광명서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보도했다. 2016.2.7 연합뉴스
은하→광명성, 장거리 로켓 명칭 바꾼 북한
성능 차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거리·비행시간 개량 등 상당한 발전 관측도
우리 군 당국 감지·대응 능력 의구심도 제기돼
성능 차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거리·비행시간 개량 등 상당한 발전 관측도
우리 군 당국 감지·대응 능력 의구심도 제기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의 명칭을 바꿨다. 사거리 증가 등 성능 개량을 반영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7일 국가우주개발국 ‘보도’에서 “운반로케트 ‘광명성’호는 7일 9시(남쪽 시각 오전 9시30분)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어 9분46초 만인 9시09분46초(남쪽 시각 9시 39분 46초)에 지구 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자기의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을 ‘광명성’, 위성체를 ‘광명성 4호’로 명명한 것이다. 광명성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에는 운반 로켓과 위성체를 각각 ‘은하 3호’와 ‘광명성 3호’라고 불렀다. 그때와 비교해, 위성체는 같은 계열에 번호만 높여 불렀으나, 로켓 이름은 달라진 것이다.
‘광명성’ 로켓이 이전 ‘은하 3호’와 어떤 성능 차이를 갖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에 대해 “지난번(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과 유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이번 발사의 경우 로켓 발사대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지고 비행시간이 늘어난 점 등에 비춰볼 때 사거리와 유도제어 장비의 정교도 등에서 상당한 개량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긴급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미사일) 단 분리, 유도조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기술을 어느정도 축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고 주호영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전반적으로 2012년 12월 발사된 ‘은하 3호’보다는 성능이 다소 개선됐다”며 “위성체 중량도 당시(광명성 3호)에는 100㎏이었는데, 지금은 약 두 배인 200㎏ 정도로 (증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탑재된 무게가 200㎏인데, 위성이 되려면 적어도 800~1500㎏ 정도가 돼야 한다”며 “우리 아리랑 3호 위성이 무게가 1100㎏인 점에 비춰, 200㎏ 정도를 탑재한 것은 위성으로서는 가치가 없고, 탄도미사일로 봐야 정확하다”고 말했다.
우선, 사거리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012년 쏘아올린 은하 3호의 사거리를 약 1만㎞로 추정한 바 있다. 미국 서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로켓 추진체의 사거리는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1만2000~1만3000여㎞로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먼저 발사대가 2012년 50m에서 올해 67m로 17m나 높아진 점이 근거다. 발사대가 커진 만큼 로켓 용량과 추진력이 커졌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탑재 중량은 물론 사거리도 상당히 늘어났을 것으로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 로켓이 날아간 시간 자체도 이번 ‘광명성’이 ‘은하 3호’를 앞선다. 2012년 은하 3호는 발사 9분27초만에 위성체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으나, 이날 광명성 로켓은 발사 9분46초만에 위성체를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북한이 발표했다. 궤도 진입까지 19초가 더 걸린 것인데, 그 시간만큼 로켓이 더 비행한 뒤 궤도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발사 때는 은하 3호의 2단 로켓이 북한 발사지점인 동창리에서 2600여㎞ 떨어진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번에는 일본 남쪽 2000㎞ 지점에서 2단 로켓으로 추정되는 네번째 낙하물이 떨어졌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북한 발사지점인 철산군을 기점으로 하면 은하 3호 때보다는 더 멀리 떨어진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수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유도제어 기술을 갖춘 북한이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층 정밀한 유도제어 능력도 확보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 기존의 추력벡터제어(TVC)에 추가해 자세제어장치(DACS)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화에 핵심적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필요가 없는 위성과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최고 마하 20의 속도로 낙하한다. 이때 발생하는 섭씨 7000℃의 고열과 압력을 견디는 내화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수준의 재진입체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기술을 북한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미사일 전력화는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의 북한 로켓 발사를 두고, 우리 군 당국의 초기 감지 및 대응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군 일각에서는 ‘북한 로켓이 발사 직후 1단 추진체와 페어링이 분리되고 6분여만에 제주 서남방 해상에서 우리 관측 레이더망 상에서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로켓 발사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2년엔 제주도 남쪽에 배치한 이지스함에서 북한 은하 3호 로켓이 오키나와 인근 상공까지 날아가는 걸 탐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레이더망에서 일찌감치 사라진 점에 비춰 중간에 폭발하거나 떨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단 추진체가 지난 2012년 4조각으로 나눠져 낙하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270여개로 폭발돼 분산 낙하했다는 점에 비춰 폭발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군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의 4번째 낙하물이 일본 남쪽 2000㎞ 지점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는 등 북한 로켓의 장거리 비행 상황을 정밀하게 관측해 전달한 바 있다. 또 1단 로켓의 폭발을 두고서도, 이를 로켓 발사 자체의 실패로 연결지어 해석한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은 2012년 1단 로켓 낙하체를 해상에서 수거해 북한의 로켓 기술을 파악한 바 있는데, 북한이 이번에는 기술 수준 유출을 막기위해 아예 1단 로켓이 분리될 때 폭발되도록 장치를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춰 이번에는 우리 군이 북한의 로켓 발사 6분 이후로는 ‘광명성’ 로켓의 이동 궤적을 추적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광명서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보도했다. 2016.2.7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7일 광명성 4호 발사장면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2016.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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