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대북 대응
박대통령 5자회담 발언뒤
중국과의 공조 더 멀어져
케리, 윤병세 장관과 전화
“5자회담 등 다양한 방안 모색”
“5자회담 추진 주변국 협의 안거쳐”
정부 관계자 밝혀
박대통령 5자회담 발언뒤
중국과의 공조 더 멀어져
케리, 윤병세 장관과 전화
“5자회담 등 다양한 방안 모색”
“5자회담 추진 주변국 협의 안거쳐”
정부 관계자 밝혀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방향을 두고 한국·미국과 중국 정부의 견해차가 시간이 갈수록 도드라지고 있다. 한·미의 “강력하고 포괄적이며 실효성 있는 제재”는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중국의 ‘제재·정세안정·대화협상 노력의 병행’ 방안은 한·미의 강경 기조 탓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핵 문제 대응의 양대 축인 ‘제재’와 ‘대화·협상’이 모두 작동 불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한·미 양국과 중국의 “네가 책임져라”는 핑퐁게임 속에서 정세를 관리하고 해법을 모색할 ‘주체의 실종’이 장기화하는 형국이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8년째 중단 상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외교·국방·통일부 업무보고 때 사실상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뺀 5자회담 추진’을 지시한 게 한-중 대응 기조의 균열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반도의 형세에서 대화·담판은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라며 “관련 각방이 9·19 공동성명의 원칙과 정신을 지키고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중 관계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부 대변인이 공개 반박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 전개다. 더구나 정부 관계자는 24일,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추진 발언이 “(미국 등) 주변국과 사전 협의를 거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뒤늦게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라며 대통령의 발언 파장을 줄이려 애쓰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27일 중국 방문을 앞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4일 오후 윤병세 장관과 20분 남짓한 전화협의를 통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5자 간 긴밀한 공조를 계속 유지하며 5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협조 방안을 공동 모색·추진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일단 ‘6자회담 폐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6자회담은 한·미의 부정적 태도로, 5자회담은 중국의 거부감 탓에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아예 북핵 문제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공개 공방을 벌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이 그동안 동의·존중해온 ‘중국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반도 핵 문제의 유래는 중국에 있지 않으며 해결의 키포인트도 중국에 있지 않다”고 맞받은 게 대표적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북핵 문제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무런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는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악화일로인 북핵 문제를 풀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곤혹스러움의 반영이겠지만, 미·중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풀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하며 ‘사드 배치 검토’(13일 기자회견)와 ‘5자회담 추진’(22일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 발언을 통해 중국을 공개 압박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24일 “대통령의 조급한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국내 정치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비외교적 언사”라며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은 북핵 문제 대응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뿐더러 한-중 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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