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남쪽 인력을 제한하는 등 대북 조처를 발표한 11일 오후 개성공단에 들어갔던 차량들이 경기 파주 통일대교 남단으로 나오고 있다.
파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 개성공단 출입 제한 강화
‘최소 인력 제한’ 과거 세 번뿐
청와대가 강경 대응 주도
일각서 추가 조처 필요성 거론
“어떤 경우라도 정상운영 보장”
남북 ‘2013년 합의’ 위반 소지도
‘최소 인력 제한’ 과거 세 번뿐
청와대가 강경 대응 주도
일각서 추가 조처 필요성 거론
“어떤 경우라도 정상운영 보장”
남북 ‘2013년 합의’ 위반 소지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상황 관리보다 남북의 긴장을 높일 대북 조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차 핵실험 이튿날인 7일 오전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방문 인원 축소를 발표할 때만 해도 ‘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한 ‘초동대응’임을 강조했지만, 그날 오후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 재개를 결정하며 기조가 강경 쪽으로 급선회했다.
11일 정부는 개성공단 방문인원 추가 제한에 나섰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북한군의 이렇다 할 대응이 없음에도 ‘필요 최소 수준’까지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쪽 인원이 4차 핵실험 전 900여명에서 650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취한 개성공단 방문 인원의 ‘필요 최소 수준’ 제한은, 전례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강한 조처다. 이 수준의 제한은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에 따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남북 포격전,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이뤄진 바 있다. 지난해 8월 군사위기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땐 실제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땐 정부의 조처에 앞서 북한이 3월 북한이 키리졸브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하며 3차례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한 뒤였다. 반면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2013년 3차 핵실험 때는 이런 조처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선제적 조처’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지만 “북쪽의 조처 내지는 동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호를 더 강화하는 측면에서 이러한 조처가 이뤄졌다”(11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군사위기 때 실제 포격전을 경험한 것도 이번 조처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4차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초동대응’ 때도, 오전까지만 해도 즉각실시 대상이 아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이 오후에 청와대 주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개성공단과 관련해 추가 조처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선 대북 제재 조처의 하나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추가 조처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다양한 조처를 대북 제재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구심점일 뿐 아니라 개성공단 가동중단 또는 폐쇄에 따른 남쪽 기업들의 손실이 훨씬 큰 터라 대북 제재의 수단일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발표한 ‘5·24 대북제재 조치’ 대상에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 직후에 개성공단 방문 제한 조처가 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이번 개성공단 방문 제한 조처에 대해 북쪽이 2013년 8·14 합의 위반이라고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당시 남북간 합의는, 북쪽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남쪽이 정상화를 요구해 이뤄졌다.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에 나서자 김양건 당시 통일전선부장이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 종업원 전부 철수와 공업지구 잠정 중단, 존폐여부 검토를 선언했다. 그러자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요청해 8월에야 비로소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할 수 있었다. 8·14 합의서 1항은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규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에 대해 북한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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