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북 지난달 “수소탄” 예고했는데도 군·정보당국 ‘깜깜이’

등록 2016-01-06 19:30수정 2016-01-07 17:30

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북한 핵실험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북한 핵실험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군·국정원 ‘안보무능’
북한 ‘지진’ 발생 소식은 6일 오전 10시30분(북한시각 오전 10시)을 넘어서며 유럽·중국·미국으로부터 타전됐다. 정부가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청와대가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은, 30여분 뒤였다. 국가정보원이 정밀 분석에 들어가고 국방부가 위기조치반을 소집한 것도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다. 당혹스러워하던 정부 당국은 북한이 현지시각으로 정오에 ‘특별 중대 발표’를 하겠다는 공지를 내고서야, 핵실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정보·군 당국은 무방비로 허를 찔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이미 지난달 10일 <노동신문>을 통해 ‘수소탄’을 언급했다. “수소탄이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는 발언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 발언을 무시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의 핵 활동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수사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었다. 미국도 ‘깜깜’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파악한 정보로는,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해당 주장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수소폭탄 주장의 진위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은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달전에 예측가능” 장담하더니
국정원·군 ‘허둥지둥’ 파악 나서
모란봉악단 중국 공연 취소뒤에도
핵실험 징후 눈치 못채

박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서
“북 8·25합의 이행 의지 밝혀”
미 정부도 “사전통보 없어” 당혹

북한 수소폭탄 관련 언급
북한 수소폭탄 관련 언급
한국 정부가 ‘수소탄’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고 정보 파악에 허점을 드러내는 동안,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6일 북한의 ‘정부 성명’을 보면, 김 제1비서는 수소탄 언급이 공개된 지 5일 만인 12월15일 “시험을 진행할 데 대한 명령”을 내렸고, 지난 3일 최종명령서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이자 핵실험 하루 전날인 5일, 새해 들어 처음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북한도 8·25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핵실험 징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런 중국 베이징 공연 취소 직후에도 핵실험 징후를 살펴보지 못한 것은 더 큰 실책이다. 당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는 김 제1비서의 수소탄 발언 영향이 크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2006~2013년 1~3차 북한 핵실험 때는 북한이 외무성이나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리 알렸지만, 이번엔 기습적인 핵실험에 나서자 군·정보 당국의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날 국정원의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보통 사전 징후가 있는데 없었다. (핵실험 시설 주변에) 보초 같은 것을 서는 것도 없었고 실험 전에 발표하는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측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미국 행정부도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3차 핵실험 때 12시간 전에 미국에 통보했지만, 이번에는 사전 귀띔이 전혀 없었다고 외교 소식통은 밝혔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방증이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북한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소형 수소폭탄 실험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