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외르기 스첼 명예교수
2015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스첼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교수 ‘독일 통일의 교훈’ 주제발표
스첼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교수 ‘독일 통일의 교훈’ 주제발표
“한국과 독일의 지정학적 상황은 다르다. 한국의 통일은 독일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갖춰야 한다.”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첫날인 18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를 다룬 2세션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기외르기 스첼 명예교수(독일 오스나브뤼크대)는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복지 수준이 유럽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남-북 정치 갈등이 극심하고, 남한의 군사독재 유산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는 “독일의 사회적 분열은 25년 전(통일 당시)에서 나아진 게 없다”고도 말했다. 남북 통일이 수십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느리고 작은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독일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통일독일의 첫 총리였던 헬무트 콜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2년 내 모든 땅에 꽃을 피우겠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오히려 옛동독 지역엔 ‘실패’의 분위기가 드리워졌다.
스첼 명예교수가 전하는 옛동독 지역의 실상은 참담하다. 실업률은 옛서독 지역보다 두배가 높고 생활비는 더 비싸지만, 임금은 평균 30% 낮다. 동독을 향한 향수, 이른바 ‘오스탤지어’(Ostalgia)가 확산하고 있다. 종합병원, 기술학교, 유치원, 탁아소 등의 사회 시스템도 무너졌다. 특히 여성은 “독일 통일의 패배자”였다고 스첼 명예교수는 설명한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은 직업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출산율은 떨어졌다.
“옛동독 사실상 식민화
실업률 두배 높고
생활비 더 비싸지만
임금은 평균 30% 낮아
동독을 향한 향수 확산
25년전 통일당시보다
사회분열 나아진 게 없다” 힘겨운 현실은 누군가를 향한 증오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드레스덴에서 ‘서방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유럽 애국자’(PEGIDA) 운동이 시작되면서, 다른 지역의 추종자들을 선도했다. 옛동독 지역에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국가민주당(NPD)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10%, 지난해 유럽의회선거에서 7% 표를 확보하는 등 옛동독 지역 5개 지방의회에선 ‘신파시즘’ 성향의 정치 세력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통일 실패’의 배경과 관련해 스첼 명예교수는 “엉망으로 관리된 경제 및 사회 통일정책은 25년이 지난 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가령, 실제 가치로는 4 대 1이 적정 비율이라 했던 동서독 간 통화 통합은 옛서독 중앙은행의 반대에도 정치가들의 ‘선심’ 속에 1 대 1로 강행됐고, 결국 부패로 이어졌다. 통일 뒤 진행된 동독 경제의 해체는 인구 3분의 1이 일자리를 잃는 대규모 실직 사태로 귀결됐다. 옛동독 쪽 경제 활동의 수익을 대부분 옛서독 기업이 가져가고, 정치·사법·과학 분야 고위층은 모조리 옛서독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사실상의 식민화 작업도 고질적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스첼 명예교수는 통일에 앞서 준비해야 할 구체적 사안으로, 우선 남·북 양쪽에 △신뢰 구축 △경제협력 강화 △군사지출 감축 △통일 뒤 경제·정치·행정·교육·문화·사회보장 등 각 분야 청사진 마련 △국경 개방 및 통신 허용 △문화·과학 교육 강화 등을 주문했다. 그리고 북쪽엔 △시민사회 출현의 허용 △언론 자유화 △독재 종식 △미사일 실험 중단 △이란 사례를 따라 원자력 발전 생산 관련 협정 체결 등을, 남쪽엔 △햇볕정책 재개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과의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부산/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실업률 두배 높고
생활비 더 비싸지만
임금은 평균 30% 낮아
동독을 향한 향수 확산
25년전 통일당시보다
사회분열 나아진 게 없다” 힘겨운 현실은 누군가를 향한 증오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드레스덴에서 ‘서방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유럽 애국자’(PEGIDA) 운동이 시작되면서, 다른 지역의 추종자들을 선도했다. 옛동독 지역에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국가민주당(NPD)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10%, 지난해 유럽의회선거에서 7% 표를 확보하는 등 옛동독 지역 5개 지방의회에선 ‘신파시즘’ 성향의 정치 세력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통일 실패’의 배경과 관련해 스첼 명예교수는 “엉망으로 관리된 경제 및 사회 통일정책은 25년이 지난 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가령, 실제 가치로는 4 대 1이 적정 비율이라 했던 동서독 간 통화 통합은 옛서독 중앙은행의 반대에도 정치가들의 ‘선심’ 속에 1 대 1로 강행됐고, 결국 부패로 이어졌다. 통일 뒤 진행된 동독 경제의 해체는 인구 3분의 1이 일자리를 잃는 대규모 실직 사태로 귀결됐다. 옛동독 쪽 경제 활동의 수익을 대부분 옛서독 기업이 가져가고, 정치·사법·과학 분야 고위층은 모조리 옛서독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사실상의 식민화 작업도 고질적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스첼 명예교수는 통일에 앞서 준비해야 할 구체적 사안으로, 우선 남·북 양쪽에 △신뢰 구축 △경제협력 강화 △군사지출 감축 △통일 뒤 경제·정치·행정·교육·문화·사회보장 등 각 분야 청사진 마련 △국경 개방 및 통신 허용 △문화·과학 교육 강화 등을 주문했다. 그리고 북쪽엔 △시민사회 출현의 허용 △언론 자유화 △독재 종식 △미사일 실험 중단 △이란 사례를 따라 원자력 발전 생산 관련 협정 체결 등을, 남쪽엔 △햇볕정책 재개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과의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부산/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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