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함께 손을 들어 군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공개 안해
군사적 긴장 높이지 않으려 한듯
군사적 긴장 높이지 않으려 한듯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개량형 케이엔(KN)-08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300㎜ 신형 방사포 등 신무기를 공개했다. 하지만 예상됐던 수준의 무기로,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지 않으려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티브이>가 10일 생중계한 열병식을 보면 개량형 케이엔-08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사정거리는 1만2000㎞로 미국 서부를 사정권으로 두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다를 가능성도 있다. 이 미사일이 2012년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엔 탄두가 뾰족한 형태였으나 올해 열병식에선 둥글게 개량된 형태였다.
열병식에서 개량형 케이엔-08이 지나갈 때, 북한 내부용인 라디오 방송 <조선중앙방송>에선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 로켓들이 연이어 나간다”고 소개했지만,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조선중앙티브이>엔 이런 언급이 없었다. 통일부는 “대외적 방송에는 자극적인 용어를 자제하는 등 대외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무력 과시보단 경축 분위기 조성에 중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케이엔-08이 실물인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 핵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300㎜ 신형 방사포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군당국은 “300㎜ 방사포는 중국제를 모방 생산한 것으로 현재 개발완료 단계에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140㎞ 내외(수도권 포함)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병식에선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 열병식에서 나왔던 핵 로고가 그려진 배낭을 멘 보병부대도 행진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고려할 때 문제의 배낭에는 공격용 물질보다는 방호의복 같은 방어용 장구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던 ‘북극성’이란 이름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공개하지 않았다.
열병식은 군 병력 2만여명, 군중 10만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정부에선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병력은 2012년 김일성 생일(태양절) 100돌 열병식보다 대규모이나, 장비 규모 면에서는 적은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군당국에선 열병식에 나온 무기는 무인공격기와 티(T)-34 구형전차, 스커드·노동·무수단 탄도미사일, 수호이-25기 등 30여종 290여대이며, “대부분 이미 공개된 장비”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는 예년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신형 위협 무기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중국 등 대외 관계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북한이 당분간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낮게 예측하지만, “북한이 지난 5월에 했던 잠수함 발사 미사일 사출시험보다 한 단계 발전한 수준의 발사시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