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축구대회(1990, 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 제공. 2013.6.24.
통일 축구·이산상봉·개천절 공동행사…10월10일까지 올스톱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지만 남북 민간 간의 교류는 명절의 훈훈함을 느끼기 어렵다. 추석이 지나서야 민간 교류를 위한 사전접촉이 2건 열릴 예정이나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남북 민간 교류 행사가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북 고위당국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접촉해 만들어낸 8·25합의에서 남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추석 전후로 추진한 민간 교류 행사들은 대부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10월3일 개천절에 추진한 남북공동행사가 북쪽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실상 무산됐다. 북쪽은 최근 남쪽의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에 전통문을 보내 노동당 창당 70주년 행사 준비 등으로 인해 개천절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측이 ‘개천절 행사를 남북이 각자 알아서 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남쪽 위원회는 23일 북쪽 대표단을 서울에서 열리는 개천절 행사에 초대하는 초청장을 보냈지만, 한번 거절한 북쪽에서 긍정적인 답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쪽에 제안한 통일축구도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평양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리용남 북한축구협회장을 만나 남북 축구교류 문제를 논의했지만 북쪽은 “앞으로 이야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추석 이후엔 종교계와 노동계의 남북교류 행사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이 열린다.
정부는 25일 남쪽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남북종교인평화대회 개최 문제를 북쪽 5대 종단 협의체인 조선종교인협회와 논의하기 위해 신청한 오는 29일 개성 실무접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쪽은 다음달 중순에 북쪽 지역에서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올해 초 남북종교인평화대회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북쪽과 중국 선양에서 사전접촉을 한 바 있다. 7대 종단 수장의 방북은 2011년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 공동모임 및 공동기도회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남쪽의 양대 노총과 북쪽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이 함께하는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도 8년만에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25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오는 30일 개성을 방문해 북한 직총과 실무협의를 하겠다는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 앞서 북한 직총 중앙위원회는 지난 16일 양대 노총에 팩스를 보내 다음달 하순 평양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를 개최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이달 30일 개성에서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번에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성사되면 2007년 이후 8년만에 열리게 된다.
또한 10월20일부터 26일까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라, 북한이 이런 도발을 한 뒤에도 민간 간의 교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발 이후 남쪽이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고 제재에 동참할 경우 북쪽에서 남북간의 교류를 중단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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