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에서 경원선 철도가 비무장지대(DMZ) 방호벽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 연합뉴스
판문점 연락관 통해 초대서한
2차례 전달하려 했으나
북쪽에서 수령 거부
북 고위인사 참석 가능성 대비
총리 행사서 대통령 행사로 격상
2차례 전달하려 했으나
북쪽에서 수령 거부
북 고위인사 참석 가능성 대비
총리 행사서 대통령 행사로 격상
정부가 지난달 5일 열린 경원선 남쪽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 북쪽 인사를 초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실제로 서한도 보내려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원선 복원은 북한 군부대의 후방 이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도 연계되는 사안이어서 이후 당국회담 등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에 “경원선 기공식에 북쪽 인사를 초대하는 서한을 7월22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북쪽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북쪽에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한은 광복 70주년의 의미와 경원선 복원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고 북쪽 인사를 초청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서한엔 (초청하는) 북쪽 인사의 성명이나 직급을 특정하진 않았다. 북쪽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오면 그 뒤에 논의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기공식엔 박근혜 대통령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또 기공식은 애초 국무총리 참석 행사로 준비되다가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쪽 고위 인사 참석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에선 북쪽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나 전길수 철도상 등 경원선 연결 실무를 담당하는 내각 고위 인사와 더불어 북쪽 군부 실세의 참석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원선을 복원하려면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공사 과정 등에 대한 군사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위임을 받아서 왔다면 (경원선 복원) 논의에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원선 복원을 광복 70주년 역점사업으로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초청서한 전달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초대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보내지 말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한을 보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 발송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북한에서 서한을 안 받았다고 하면 언론 등에서 북한을 비난하게 되고 남북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공식 당일인 8월5일에도 북쪽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려 했지만, 북쪽이 역시 수령을 거부했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복원 논의는 원산과 가까운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북쪽에서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경원선 연결 문제가 남북 당국회담의 새로운 의제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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