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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단독] 부대장 쌈짓돈 챙기려 전투병이 무보수 알바로

등록 2015-09-08 18:22수정 2015-09-08 21:02

권은희 의원 자료 분석
“육군 복지회관 병사종업원 1142명
인가된 규모보다 40% 많아
목욕탕·식당·주점·숙박시설 운영
전국 131곳 작년 101억 수익
절반이 부대장 쌈짓돈으로“
지역상인들 “주민생업 위협”
육군 일선 부대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숙박·요식업소 등을 운영하면서 일반 전투병을 ‘무보수’ 종업원으로 ‘불법 파견’해 100억원대의 순익을 거두고, 이중 절반 가량을 지휘관 업무추진비로 전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부대 주변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등 지역 상권 침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8일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육군의 복지회관 현황 자료를 보면, 육군의 군단·사단급 일선부대들은 전국에 131곳의 복지회관을 운영하면서 지난해에만 모두 101억 3600여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복지회관 한 곳당 수익금 규모가 7700여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복지회관은 면회객과 군인 가족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로 마트·목욕탕·식당·주점·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수익금은 군인복지기금법 등에 따라 장병들의 복지사업에 사용하게 돼 있다.

자료를 보면, 경기도 포천의 오뚜기부대는 인가병력(4명)보다 4.5배 많은 18명의 병사들을 관리병력으로 전용해 1억400여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경기도 동두천 태풍부대는 인가병력(8명)보다 2배 이상 많은 17명의 병력으로 2곳의 수익시설을 운영해 1억5000여만원의 순익을 올렸고, 강원도 철원군 백골부대는 13명의 운영병력(인가병력 4명)으로 1억460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수익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 공릉동 화랑회관으로 인가병력보다 10명 많은 25명의 관리병력을 운영하며 지난해만 4억9800여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런 형태의 육군 부대회관에서 일하는 병사들은 전국적으로 모두 1142명으로 인가규모(823명)보다 40% 가량 많았다.

일선 부대들이 규정을 어겨가며 전투병들을 수익사업에 전용하는 이유는 민간인을 채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근 민간 업소들에 견줘 월등한 가격 경쟁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군 복지회관에서는 삼겹살 1인분이 7000원으로 인근 업소들보다 4000~5000원 가량 싸다. 냉면도 1인분이 3000원으로 인근 식당 가격의 절반 정도다. 사실상 ‘무급’인 병사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거둬온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조성된 수익금의 절반 가량이 참모 회식비, 간부 격려금 등 부대장 ‘쌈짓돈’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권 의원이 입수한 강원도 인제군 소재 군부대 복지회관에 대한 육군 자료를 보면, 9곳의 복지회관이 1년간 거둔 수익 9억5000여만원의 50%가 간부 회식비 및 격려금, 기무부대 격려금 등 지휘관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집행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인제에 있는 복지회관에 현지 조사를 나갔더니, 부대장이 나와 ‘대부분 부대가 이렇게 운영하는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하는 병사들 대부분 내무반이 아닌 부대 바깥에서 영외생활을 하고 있어 병력관리 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도 심각하다. 인제군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군 복지회관의 ‘불공정 영업행위’ 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군 복지회관은 세금과 운영비가 면제되고 인건비 부담이 없는 현역 사병들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영업을 해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소상공인들이 군부대와 상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군이 부대장 쌈짓돈을 챙기려고 병사들을 종업원으로 전용해 수익사업에 몰두하면서 주민 생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불법 파견 병사들을 원대복귀시키고 부당 영업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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