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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이희호 이사장 “6·15 정신 기리는 사명감으로 일정 소화”

등록 2015-08-08 13:38수정 2015-08-08 19:43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고 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차량 탑승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고 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차량 탑승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3박4일 일정 마치고 귀국…김정은 면담은 불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면 안돼”
전문가들, 남북 소극적 태도·방북단 구성 비판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4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8일 서울로 돌아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인사말은 전해왔지만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비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김대중평화센터의 방북단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희호 이사장 등 방북단 19명을 태운 이스타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11시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낮 12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김정은 제1비서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이희호 여사님 평양 방문을 환영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이희호 여사님은 선대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6.15 선언을 하신 고결한 분이기에 정성껏 편히 모시고, 여사님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해드리라”고 말했다고 맹 부위원장은 전했다. 이에 이희호 이사장은 맹경일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초청과 환대에 감사하고,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답했다.

 이희호 이사장은 방북 기간 만난 북쪽 인사들에게 “이번 저의 평양 방문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대화와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서 “남북간 어려운 시기이지만 6·15 정신을 함께 실천해서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에 북쪽 인사들은 “여사님의 이번 방북이 제2의 6·15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도착 후인 낮 12시42분부터 김포국제공항 귀빈실 입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이사장은 “저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방북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방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로 가능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편안하고 뜻있는 여정을 마쳤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고 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고 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어 “민간인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서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 애육원,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더욱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아무쪼록 국민 여러분도 뜻을 모으셔서 6.15가 선포한 화해와 협력 사랑의 선언과 평화의 하나됨의 역사를 이루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환한 미소로 답하며 차량에 탑승했다. 회색 원피스를 입은 이 이사장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서서 5분간 종이에 쓰여진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특별히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 5일부터 평양을 방문해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으면서 평양산원과 옥류아동병원, 육아원과 애육원, 양로원을 방문한 뒤 묘향산으로 이동했다. 방문 사흘째인 전날에는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박람관과 만폭동, 보현사를 방문하고, 오찬과 만찬은 맹경일 부위원장 등 북한 쪽 인사 6명과 함께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아침 숙소인 묘향산호텔에서 오전 9시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바로 이동해 오전 11시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모든 방북 일정을 함께해온 맹경일 부위원장이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평화센터는“북쪽은 합의한 일정 외에 유선종양연구소와 양로원 등 더 많은 곳을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3박4일 동안 이희호 이사장은 북측으로부터 정중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금번 이희호 이사장의 평양 방문은 남북간 대화와 만남이 단절된 경색 국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희호 이사장의 평양 방문 그 자체가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면서 “남북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희호 이사장이 6일 평양의 애육원을 방문해 어린이를 안아주고 있다. 북한에서 애육원은 유치원 나이의 고아를 돌보는 곳이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이희호 이사장이 6일 평양의 애육원을 방문해 어린이를 안아주고 있다. 북한에서 애육원은 유치원 나이의 고아를 돌보는 곳이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인민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원천리 평양을 방문한 이 여사에게서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해 애쓰는 진심을 알 수 있었고 여생을 통일의 길에 바치려는 그의 남다른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괴뢰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보수세력의 위협공갈 속에서도 결연히 방북 길에 오른 여사의 모습에서 6·15의 뜻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의 강직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제1비서가 93살 고령에 삼복더위에 찾아온 이 이사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부족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비서가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환대하면서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평양에 초청하고도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력을 의심케한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대외적으로 호전적이고 비외교적인 김정은의 행보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방북은 실패였다. 이 이사장이 떠날 때 ‘화해 협력의 6·15 정신으로 분단 70주년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했는데, 귀국해서 가지고 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패한 이유는 남북한 당국 모두 소극적으로 접근했다는 점과 김대중평화센터가 방북단 구성에서 대남 책임자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같은 고위급과 안면이 있고,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력했던 박재규·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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