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로…1시간만에 평양에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5일 오전 방북을 위해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해 배웅 나온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희호 이사장, 5일 3번째 방북
“민족의 아픔 치유 바라는 마음”
‘김정일의 초대’ 11년만에 성사
김정은 면담 가능성 등 촉각
“민족의 아픔 치유 바라는 마음”
‘김정일의 초대’ 11년만에 성사
김정은 면담 가능성 등 촉각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5일 93살의 나이에 생애 3번째 방북에 나섰다. “우리 민족이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방북길에 오르는 소회를 밝혔다. 전세기로 평양에 도착한 이 이사장은 새 생명 탄생의 산실인 평양산원과 옥류 아동병원 방문을 시작으로 3박4일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전세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11시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쪽에선 맹경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이 이사장 일행을 맞이했다.
앞서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전송 나온 김대중평화센터 회원 20여명과 일일이 악수한 뒤,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고 귀빈실로 들어섰다.
이 이사장은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안고 방북길에 올랐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전 문화부 장관)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을 방문하시면서 ‘이번 저의 평양 방문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화와 만남이 이어지는 길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희호 여사도 같은 마음으로 평양을 방문하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방북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 이사장은 김성재 이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6·15 정신으로 화해 협력하면서 사랑하고 평화롭게 서로 왕래하면서 사는 민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양을 간다”며 “이번 평양 방문길이 저만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해서 대화와 왕래와 교류협력의 길이 되고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북은 직접적으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초청에 따른 것이지만, 멀리는 11년 전 김 제1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서울을 방문했던 리종혁 당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 메시지를 전했다. 그 다음해에도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8·15 민족대축전 참석차 서울에 왔다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 전 대통령을 찾아 다시 김 위원장의 초청 뜻을 전했다.
김정은 제1비서도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러 온 이 이사장에게 초대의 뜻을 밝혔다. 2014년 12월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에 조화를 보내온 이 이사장 쪽에 “좋은 계절에 여사께서 꼭 평양을 방문하게 되시기를 기대한다”는 친서를 보냈다.
김 제1비서가 직접 초청의 뜻을 밝힌 만큼 이 이사장과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제1비서와 이 이사장의 만남이 이뤄지면, 이 이사장은 김 제1비서가 정치적으로 의미있게 만나는 첫 외부인사가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비서가 직접 초청을 했는데, 손님을 만나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만약 만나게 된다면 김 제1비서의 남북관계에 대한 뜻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제1비서가 지금껏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외부 인사와 제대로 면담한 적이 없다는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와 면담이 이뤄진다면 7일 묘향산 일정을 전후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여장을 푼 이 이사장은 저녁엔 아태평화위가 백화원초대소에서 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 이사장은 방북 이틀째인 6일 애육원(고아원)을 방문하고, 7일 묘향산 관광을 한 뒤 8일 귀국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7일 묘향산 일정은 북쪽에서 추가한 만큼 김 제1비서가 묘향산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거나, 마지막날에 백화원초대소로 작별인사를 하러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북쪽에서 6일로 예정되어 있던 옥류 아동병원 방문을 이날로 하루 앞당긴 점도, 김 제1비서를 만날 시간을 추가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이번 방문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이 이사장이 설립한 자선단체인 ‘사랑의 친구들’의 윤장순 초대운영위원장 등 모두 18명의 수행단이 동행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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